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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버즈2 판매해요" 택배비까지 챙긴 중고거래 사기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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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7.01 07:38:37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4)
중고거래 플랫폼서 1년여간 반복 범행
물건 보낼 의사 없이 생활비 마련 위해

[편집자 주]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기 범죄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기의 종류와 수법 등도 다양하면서 검(檢)·경(警)의 대응도 임계치에 다다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사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 확대 차원에서 과거 사기 범죄 사건을 재조명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꼬꼬사)’를 연재합니다. 사기 범죄의 유형과 수법 그리고 처벌에 이르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만약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사진=챗GPT 달리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갤럭시 버즈2 프로를 판매합니다. 택배비 포함 7만3000원입니다.”

지난해 4월 어느 날,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이런 게시글을 본 I씨는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데다, 판매자가 택배비까지 포함한 가격이라고 명시해 더욱 신뢰가 갔다. I씨는 주저하지 않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먼저 입금해 주시면 바로 발송해드리겠습니다.”

판매자 A씨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I씨는 당일 오후 1시 6분, A씨가 알려준 계좌로 7만3000원을 송금했다. 물건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택배는 오지 않았다. I씨는 A씨에게 연락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그제서야 I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1년여간 이어진 중고거래 사기 범행

I씨가 당한 피해를 끝으로 A씨 범행은 덜미를 잡혔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확인한 A씨의 범행 행각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었다.

A씨의 첫 범행은 2023년 2월 13일부터 시작됐다. 서울 관악구 자신의 거주지에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갤럭시 버즈2 프로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연락한 E씨에게 A씨는 똑같은 말을 했다.

“돈을 먼저 입금하면 물건을 보내주겠다.”

하지만 A씨에게는 애초에 갤럭시 버즈2 프로가 없었다.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물건을 보내줄 의사도, 능력도 전혀 없었던 것이다.

E씨는 A씨의 말을 믿고 같은 날 A씨 명의 계좌로 13만원을 입금했다. 이것이 A씨 사기 행각의 시작이었다.

“이번에도 성공했다”…반복되는 패턴

A씨는 이후 같은 수법을 반복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갤럭시 버즈2 프로 판매글을 올리고, 연락온 구매자들에게 선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2023년 2월부터 11월까지 약 9개월간 L씨, M씨, N씨 등 4명으로부터 총 53만3000원을 편취했다.

잠시 잠잠하던 A씨는 2024년 4월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에는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I씨를 노린 것이다. 같은 상품, 같은 수법이었다. 택배비를 추가한 것은 범죄의 진화였을까.

A씨의 범행은 결국 피해자들의 신고로 수사기관에 발각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사용한 계좌 내역과 중고거래 사이트의 게시글, 피해자들과의 대화 내용이 모두 증거로 확보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A씨가 첫 번째 범행 무렵 이미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계속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A씨가 단순한 실수가 아닌 확신범이었음을 보여준다.

법정에서 뒤늦은 후회

결국 법정에 선 A씨는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도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 5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사이트를 통한 사기 범죄는 전자상거래 유통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회 전체의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것으로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동종범죄로 처벌받았음에도 계속 범행한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챗GPT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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