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기 피해자가 부부라면 하나의 죄…피해액 합산"

성주원 기자I 2024.01.18 12:00:00

부부 상대 투자사기…합계 5억7500만원 편취
5억원 초과시 가중처벌…포괄일죄 여부 쟁점
대법 "공동재산으로 투자…포괄일죄에 해당"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사기꾼이 부부를 상대로 사기를 쳤을 경우 하나의 범죄로 보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각각의 범죄로 봐야 할까?

대법원은 피해자의 피해법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에 따라 부부로서 재산을 함께 관리하는 상황에서 공통으로 재산 피해를 입었다면 하나의 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기사건에서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사기 피해액이 5억원을 넘을 경우 사기범죄자를 가중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부동산컨설팅업자 A씨가 피해자 B·C씨를 기망해 총 5억7500만원을 편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A씨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단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10년 11월 15일 피해자 부부에게 ‘경기도 양편군 옥천면 일대 임야를 매수해 쪼갠 뒤 분양해서 원금과 평(3.3㎡)당 10만원씩 수익금을 지급하겠다. 분양이 안 될 경우에는 그 부동산 명의를 이전해 주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부부는 다음 날 4억원, 열흘 뒤 7500만원, 그리고 2011년 5월에 추가로 1억원을 A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총 5억7500만원이다.

그러나 A씨는 피해자 부부로부터 투자금을 받더라도 해당 부동산을 매수해 분양하고 원금과 수익금을 변제할 의사도, 능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자신 명의의 토지 등에 53억5000만원 상당의 근저당권 설정, 5억6500만원 상당의 가압류 설정이 돼있었고 19억원의 대출과 6억3000만원의 채무보증정보도 있었다.

이에 A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C씨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 범행 3건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혐의에 대해서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1심은 B·C씨에 대한 사기죄를 포함한 A씨의 사기죄 3건에 대해 징역 5년 2개월을 선고했다. 다른 사기죄 1건과 도로교통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B·C씨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할 생각이었고 토지 전매를 진행해 피해자에게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거짓말을 해 5억7500만원을 편취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A씨는 부부인 피해자 B·C씨를 상대로 투자금을 받아 그 편취의 단일성과 연속성이 인정되고 피해자들의 피해법익도 동일하기 때문에 이 사기범행은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심은 1심이 A씨에 징역 5년2개월을 선고한 사기죄 3건에 대한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부부에 대한 사기 범행을 포괄일죄로 본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범행들을 대체로 인정하며 반성했고 피해자 부부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또다른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일부 이뤄진 점 등을 종합 고려해 A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감형했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이 사건에서 양형부당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는 공통으로 이뤄졌고, 피해자들도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증식이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공동재산의 매도대금을 재원으로 삼아 공통으로 투자 결정에 이르렀다”며 “피고인이 계약서를 피해자별로 작성했거나 피해자들이 각각 자기 명의 계좌에서 별도로 송금했다는 점은 피해자 부부에 대한 사기죄가 포괄일죄라는 결론과 모순되거나 상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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