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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 참혹해 고개 돌려"..화재 희생자들 신원확인 난항

김화빈 기자I 2022.12.30 16:50:33

화재로 주검 훼손돼 국과수에 유전자 감식 요청
경찰, 피해 차량 번호 확인해 유가족에 연락 취해
불 난 트럭기사 형사 입건 후 수사 속도 낸다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지난 29일 사망 5명 등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후 경기도 안양시 평촌한림대병원 장례식장에는 화재 희생자 3명의 주검이 안치됐지만,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희생자의 주검이 많이 훼손돼 신원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기자단)
30일 한겨레에 따르면, 평촌한림대병원 장례식장의 한 직원은 “희생자 주검은 입관실에 있다. 한 명 정도만 신원이 확인된 상태”라며 “피해자 신원이 모두 확인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메트로 병원의 장례식장 직원은 “주검을 직접 봤는데 너무 참혹해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며 “어제(29일) 희생자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오셨는데 주검 확인도 못한 채 오열만 하셨다”고 전했다.

경찰은 시신 훼손이 심해 육안으로 신원 확인이 어려운 경우 유족과 DNA 대조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요청한 상태다. 정확한 결과는 1∼2일 뒤 나올 전망이다.

경찰은 현재 피해 차량 46대(전소 44대·그을림 2대)의 차량번호와 차대번호를 확인해 소유주 가족에게 연락을 취한 상태다.

또 경찰은 화재가 시작된 폐기물 수거 트럭 기사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추가 조사하고 있다. CCTV 및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사고 당시를 재구성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조사에서 트럭 기사 A씨는“운전 중 갑자기 공기가 터지는 ‘펑’ 소리가 난 뒤 화재가 발생했다”다며 “차량 조수석 밑쪽(차량 하부)에서 불이 나서 차량을 하위 차로(3차로)에 정차하고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아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차량이 멈춰서면서 불은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소재로 만든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은 뒤 다량의 연기·유독가스와 함께 급속히 확산했다.

해당 방음터널은 불연 소재가 아니어서 화재에 취약했다. 사고가 발생 시 추가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도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럭은 터널 시작 지점에서 약 280m를 달린 후 불이 나 정지했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12분 완전히 진화됐다. 이 불로 방음터널 대부분과 터널 안에 있던 차량 45대가 전소됐다. 방음터널의 총 길이는 830m로 600m가량의 구간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5명도 모두 화물차와 반대 차선에 있던 차량에서 발견됐다. 승용차 2대에서 각 1명, 또 다른 승용차 1대에서 2명, SUV 차량 1대에서 1명이다. 부상자 37명 중 3명은 얼굴에 화상을 입는 등 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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