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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연방네트워크국(Federal Network Agency)은 이날 “노드스트림2 운영기관이 독일이 아닌 스위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절차적 문제로 승인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송유관을 건설한 러시아 가즈프롬의 스위스 자회사 ‘노드스트림2AG’가 독일 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트워크국은 “해당 기관이 독일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승인 절차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승인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지, 또 가스 수송을 시작하는 날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약 1200㎞ 길이의 천연가스 수송 가스관이다. 러시아와 독일은 2018년부터 노드스트림1 옆에 노드스트림2 건설 공사를 추진해 올해 9월 완공했다. 이를 통해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천연가스 물량이 한 해 550억㎥로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4분에 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두 배 수준이다.
러시아는 독일 정부가 가동을 승인하는 즉시 유럽 가스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밝혀왔다. 독일 정부는 지난 9월 완공 당시 승인 검토에 약 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독일이 승인을 마무리하면 이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하게 되고 평가 기간은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 지역에서 군사 긴장감이 고조되고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가 유럽으로 중동 이민자들을 내몰면서 EU와 러시아 간 갈등이 증폭했고, 이에 따라 독일의 승인 절차가 더욱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다른 유럽 국가들은 독일을 압박하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것인지, 또는 노스스트림2 사업을 승인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에게 크림반도를 빼앗긴 우크라이나도 이날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독일의 승인 중단 결정을 환영했다. 폴란드 국영 가스회사 PGNiG 역시 “폴란드와 유럽에 좋은 신호”라고 평했다.
미국 역시 노드스트림2 사업 초기부터 반대해 왔다.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미국의 우방국을 우회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고 있는데다,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이미 유럽 가스 수입의 약 43%를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다만 지난 7월 미독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통행료 수입을 보장하고, 러시아가 노드스트림2를 무기화할 경우 제재를 부여하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사업에 동의한다고 공표했다.
벨라루스 사태와 더불어 러시아가 EU의 노드스트림2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도록 물량을 축소해 왔다는 의혹도 독일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가즈프롬 측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독일의 승인 절차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10% 치솟았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15.2% 상승해 ㎿h 당 94.19유로를 기록했다. 영국의 천연가스 12월물 가격도 10만BTU 당 약 2.40파운드로, 17.2% 급등했다.
난방 수요가 높은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이 에너지 대란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수급 차질에 따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가능성도 점쳐진다.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제임스 워델은 “노드스트림2가 겨울 동안 가동될 것이라는 남아 있던 희망이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내년 하반기까지 가동이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