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2년 전 건강검진에서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공복혈당장애를 진단받은 47세 직장인 A 씨는 올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재택근무로 신체 활동량이 확 줄었다. 다니던 헬스장도 문을 닫았다. 병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병원 진료도 미뤘다. 현재 몸 상태가 어떤지 건강검진으로 확인하고 싶지만, 병원을 방문해 검진받기가 망설여진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건강도 나빠지기 쉽다. ‘코로나블루’나 ‘확찐자’와같은 신조어가 생길 만큼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2차 피해를 준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지만, 올해 건강검진 수검자는 오히려 급감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건강검진 수검률이 평소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43%로 집계됐다. 전체 검진 대상자 2,056만 명 중 약 900만 명이 아직 검진을 받지 않았다. 직장검진 수검자도 500만 명 이상 검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10월 이후에는 연말까지 검진을 마쳐야 하는 직장인이 몰려 검진을 예약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정부에서는 내년 6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시기에는 당장 급하지 않은 건강검진을 연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건강검진을 미룰 수 없다. 이제는 검진센터를 찾을 때가 됐다. 코로나19 시대, 더욱 현명하게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조영규 교수의 도움말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현명하게 건강검진 받는 5가지 비결’을 소개한다.
먼저, 출입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검진센터를 이용하자. 예약문자를 확인하고, QR코드를 등록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한 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손 소독을 시행한 후에 의료기관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과정이 귀찮을 수 있지만, 이렇게 출입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검진센터라야 안전을 믿고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검진 비수기를 이용하자. 많은 사람이 건강검진을 미루고 미루다가 검진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검진센터나 검진 기간이 끝나가는 10~12월에는 사람이 미어터지고, 검진이 시작되는 1~4월은 한산하다. 코로나19는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긴다. 사람이 많지 않은 비수기에 건강검진을 받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우수내시경실 인증마크’를 확인하자. 건강검진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속을 보여주는 곳이 내시경실이다. 내시경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내시경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 코로나19 외에도 B형간염 바이러스와 헬리코박터균을 비롯한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이 전파될 수 있다. 그래서 검진센터는 규정에 맞춰 완벽하게 내시경을 소독해야 한다. 내시경실 앞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수여한 ‘우수내시경실 인증마크’가 붙어있다면 내시경 소독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네 번째, ‘폐기능검사’는 생략해도 좋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는 다른 한 곳이 폐기능검사실이다. 이미 많은 검진센터에서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검진 항목에서 폐기능검사를 제외하고 있다. 흉부X선 검사로 폐 이상을 평가할 수 있으므로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으로 치료 중인 분이 아니라면 폐기능검사는 생략해도 좋다. 폐기능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더라도 검사를 원하지 않는다면 올해는 폐기능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하자.
마지막으로 국가건강검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우리나라에서는 일반건강검진, 암 검진, 영유아 건강검진 등 다양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가건강검진이 내 돈이 별로 들지 않는 저렴한 검사라는 이유로 검사의 질이 떨어질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개인에 따라 부족한 검사항목은 의료진과 상의해 검진 전에 미리 추가하면 된다. 조영규 교수는 국가에서 주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자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