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4·13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목전에 다가온 시점에서 북한 주민들의 탈북 및 국내 망명 보도가 잇따르자 북풍 조작설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고 정부 대북제재 효과를 홍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일 해외의 북한식당에 근무하던 직원 13명이 집단탈북했다는 사실을 공개 발표 했다. 이어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북한군 대좌(우리군의 대령)와 아프리카 공관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 일가족 등이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고 통일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11일 “정부가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북한의 해외식당 종사자들의 집단탈북과 정찰총국 대좌 출신의 탈북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선거중립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탈북자가 입국하면 먼저 관계기관에서 탈북 동기와 위장 탈북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 후에도 북한의 탈북자 가족이 당하게 될 불이익을 고려해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관계기관의 심문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식당 종사자들의 입국 사실을 서둘러 공개하고 북한군 대좌 출신의 지난해 탈북 사실을 뒤늦게 서둘러 공개한 것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북한 지도부가 불안하다는 판단을 유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청와대와 정부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북풍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공개됐다는 의혹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새누리당 상직색인 붉은 재킷을 입고 전국을 도는 것도 모자라 탈북 사건까지 선거에 이용하려 하다니 정말 후안무치하다”며 “청와대의 행태는 국민의 심판을 불러일으킬 뿐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청와대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집단 탈북 ‘사건’을 만들어냈다. 총선이 아니고서는 결코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며 “결국 선거 막바지에 보수 표를 결집시키겠다는 정략적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이 근거 없는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흠집부터 내고보자는 식의 행태는 야당 특유의 ‘의혹 만들기 관행’이자 ‘선거용 억지’에 불과하다”며 “선거 때마다 북풍이니 선거 전략이니 운운하며 정부와 새누리당을 공격해 표를 모아보겠다는 ‘철 지난 공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이 이례적이라는 정부 발표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 실장은 “오는 5월의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그렇지 않아도 무리한 외화 상납 요구가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로 인해 큰 타격을 입게 된 북한의 해외식당 종사자 일부가 탈북을 결정한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북한 정권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군 대좌의 탈북에 대해서는 “한국의 대령급에 해당하는 인사로서 지금까지 한국에 들어온 북한군 간부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한국에 북한군의 장성급 간부가 한 명도 들어오지 않은 것은 북한군 고위 간부들에 대한 통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실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 몇 개를 더 확보하고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부의 선거중립’ 원칙을 훼손한다면 선거 이후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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