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하지나 기자] 최근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둘러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들어간 배경에는 소상공인 조직의 집단 행동과 정치적 영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여당이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으면서도 입법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데에는 이들의 조직화된 반대 여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법 개정 논의는 고위당정협의 이후 추가 진전 없이 멈춰 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조율이 안 되면 논의를 하기 어렵다”며 “규제를 푸는 사안인 만큼 이해관계자 간 소통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국회의원은 “쿠팡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임시방편적 법안을 만든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강경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최근 1500여명 규모의 집단 시위를 통해 새벽배송 허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보완책 논의’가 아닌 ‘논의 자체 중단’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제도 논의의 출발점 자체를 막아선 것이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강경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생존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유통 경쟁까지 허용될 경우 버틸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권 관계자는 “현대화 지원이나 금전적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새벽배송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정치권내 소상공인들의 영향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조직 출신 인사를 국회에 진출시키며 정책 대응력을 키워왔다. 최승재, 오세희 등 전직 회장 2명을 잇달아 국회의원으로 배출한 점은 상징적이다. 단순 이익단체를 넘어 입법 과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다.
정부는 일단 ‘우회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중 소상공인 정책을 마련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간에서 이해당사자 간 의견을 조율해 상생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 개정 타임라인을 다시 설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이해관계 충돌 이슈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변수도 거론된다. 전통시장 상인층의 표심을 자극할 경우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의 가족 일원이 전통시장 상인회와 연관돼 있다는 점도 정책 기류에 미묘한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