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2000만원 무상 제공" 약속 믿고 가입한 지역주택조합, 그 결말은?[판례방]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성주원 기자I 2025.11.15 12:30:00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51)
사건의 발단, 2000만원 확약서와 7500만원 분담금
"전부 무효" vs "계약 유효"…1·2심의 엇갈린 판단
대법 최종 결론 "약속 무효, 그러나 본계약은 유효"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가입할 때 조합원 모집을 위해 선착순이나 특별 혜택을 내세우며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붙박이장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단골 마케팅 수단이다. 만약 조합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조합원은 냈던 분담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을까? 최근 이와 관련하여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흥미로운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사진=나노바나나
원고는 2021년 피고 지역주택조합과 아파트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하며 분담금 7500만원을 납부했다. 당시 원고는 선착순 이벤트 당첨자라며 20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과 붙박이장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확약서를 받았다.

그런데 이후 피고 조합은 총회 의결을 통해 이 무상 제공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원고는 “조합을 상대로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 또는 중대한 약정 위반”이라며 계약 전체의 무효를 주장하며 이미 납부한 분담금 7500만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1심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무상제공 약정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1심은 선착순이라 했지만 사실상 모든 가입자에게 제공된 점, 막대한 재원(약 200억원)에 대한 자금 확보 계획이 없었던 점, 이 혜택이 총 분담금의 6%에 달해 조합원이 계약 체결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러한 이유로 1심은 이 약정이 원고를 기망한 것이므로 조합원가입계약 전체를 취소하고 조합은 75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2심은 먼저, 무상 제공 비용은 본래 업무대행사가 부담하기로 약정되어 있었기에 조합이 처음부터 속일 의도는 없었고 선착순 표현은 다소의 과장 광고일 뿐이므로 기망이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설령 이 무상제공 약정이 총회 의결이 없어 절차적 흠이 있더라도, 이는 조합의 내부적 대표권 제한 문제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즉, 계약 상대방인 원고가 그 흠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약정은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2심은 이 약정이 무효라 해도 2000만원 혜택이 없었다고 해서 원고가 3억 원이 넘는 아파트 계약 전체를 포기했을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2심은 1심을 뒤집고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대법원(2025다211932)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그 법리는 2심과 매우 달랐다.

대법원은 먼저 2심의 판단을 비판했다. 예산 외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은 주택법 및 조합규약상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는 2심이 판단한 단순한 내부적 대표권 제한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은 총회 의결 없이 이루어진 이러한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즉, 2심이 이 약정을 유효하다고 본 판단은 이유가 잘못되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무상제공 약정’이 무효임을 전제로, 이 약정이 ‘조합원가입계약’과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를 이룬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민법 제137조(법률행위의 일부무효)다.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 그러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

대법원은 바로 이 단서 조항에 주목했다. 원고가 계약 당시 2000만원 무상 제공 약정이 (총회 의결이 없어)무효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과연 아파트 자체를 분양받기 위한 이 조합원가입계약 자체를 체결하지 않았을까? 대법원의 답은 “아니다. 그래도 가입했을 것이다”였다.

지역주택조합 가입의 주된 목적은 아파트의 마련이다. 2000만원 상당의 경품 제공은 부수적인 동기일 뿐 이것이 무효가 된다고 해서 주된 계약인 아파트 공급 계약까지 모두 포기하려 했다는 원고의 가정적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무상제공 약정 부분만 무효가 되고, 원고의 조합원가입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남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원고는 2000만원 혜택도 받지 못하고, 이미 납부한 7500만원도 돌려받지 못한 채 조합원 지위만 유지하게 되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가입 시 제공되는 각종 특별 혜택이나 부수적 약정의 법적 효력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예비조합원들은 조합이 제공하는 달콤한 약속이 조합 총회의 정당한 의결을 거친 것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법원은 설령 경품제공 약속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주된 가입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