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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 4분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을 하루 평균 1330만배럴로 추산하고 있다. 1년 전 예상했던 것(하루 1250만배럴)보다 약 6% 많은 양이다. 베네수엘라의 하루 수출량(70만배럴)과 맞먹는 양이 추가로 생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비상장 셰일업체들의 증산 기조가 두드러졌다. 2019년 12월과 올 4월을 비교했을 때 생산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 10곳 중 7곳이 비상장사였다. 주주 이익 환원에 주력했던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들은 유가 상승에 발맞춰 일찌감치 증산 채비에 나섰다. 시추 기술 발달도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보다 적은 시추정을 뚫고도 더 많은 셰일오일을 시추할 수 있을뿐더러 시추정을 설치하는 시간도 단축됐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외교협회 강연에서 셰일오일 생산 기술에 대해 “매년 효율성이 향상되고 있다”며 “여러 인수·합병(M&A)을 통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규모를 갖춘 기업들은 효율성과 산업적 성장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셰일업체들의 공세에 다른 산유국들은 불똥을 맞았다.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석유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띄우려 했지만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OPEC+는 내년 1분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20만배럴 감산하기로 했지만 미국 등의 증산으로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오히려 하락했다. 페르난도 발레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과 이란·베네수엘라의 생산량 회복으로 내년 1분기까지 예고된 모든 감산 계획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셰일산업 성장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엔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른바 ‘석유 공룡’들까지 셰일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엑손모빌은 지난 10월 셰일회사 파이어니어를 595억달러(약 77조원)에 인수했다. 창사 이래 최대 가장 큰 M&A 거래였다. 뒤이어 셰브론과 옥시덴털도 각각 530억달러(약 69조원)와 120억달러(약 16조원)에 셰일회사를 품었다. 이를 두고 에너지업계에선 셰일시장의 ‘군비 경쟁’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