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를 상대로 사내하청 노조 소속 근로자들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취지로 꾸준히 요구해왔다.
특히 2010년 11월 15일부터 같은 해 12월 9일 사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 울산공장 1, 2라인을 점거(12월 9일경에는 최종적으로 249명의 조합원이 점거)해 공정이 278.27시간 동안 중단됐다.
현대차는 부당한 쟁의행위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시간 동안 371억원의 고정비 손해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을 상대로 20억원 수준의 손해배상을 일부 청구했다.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단체교섭을 거부함에 따라 교섭요청을 관철하기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를 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현대차가 주장하는 조업중단 기간에 상응하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액을 약 271억원으로 인정하고, 책임제한(50%)을 한 후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이어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추가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2013년 7월 12일 현대차 울산공장 3공장 의장 32라인 크래쉬패드 장착 공정을 점거해 공정이 63분간 중단된 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는 불법파업으로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인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피고들은 쟁의행위 종료 후 연장근로 내지 휴일근로를 통해 부족 생산량이 회복돼 예정된 판매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다퉜다.
1심에서는 회사 생산활동을 방해해 업무방해의 공동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2심에서 현대차가 일부 승소했다. 원고가 주장하는 조업중단 기간에 상응하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50%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쟁의행위는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위력의 행사에 나아간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선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했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의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따라서 쟁의행위 종료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