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아이폰 생산 정상화가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추가 수당 지급 문제에 관해 근로자들이 항의하면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추가 수당 지급 조건인 근무 기간은 당초 내년 2월 15일까지였는데, 폭스콘이 말을 바꿔 3월 15일로 연장했다는 게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시위가 격해지자 폭스콘은 “사직서를 제출하는 즉시 8000위안(약 149만원)을 지급하고 공장을 떠나는 버스에 탑승하면 추가로 2000위안(약 37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고지하기도 했다.
시위를 벌인 근로자들은 폭스콘이 최근 신규 채용으로 뽑은 인력이다. 중국 당국은 정저우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달 초 폭스콘 공장이 위치한 정저우 산업단지 전체를 봉쇄하고 근로자들의 외출도 금지했다. 약 20만명이 일하는 폭스콘 공장에서 일부 근로자들은 당국의 방역체계에 불만을 품어 공장 봉쇄를 뚫고 탈출했다.
최근 폭스콘이 10만명의 신규 근로자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이폰 생산 정상화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근로자들의 시위와 신규 채용 인력의 업무 숙련도를 고려하면 아이폰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정저우 폐쇄로 아이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약 70% 수준으로 내려갔고 단기적으로는 가동률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기에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4분기 아이폰 출하량은 목표치였던 8000만대보다 200만~300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 중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둔 대표적인 회사는 LG이노텍(011070)과 삼성디스플레이다. LG이노텍은 아이폰용 카메라모듈, 3차원 센싱모듈 등을 애플에 공급하고 있고 아이폰14 시리즈에서는 후면 카메라부품도 납품 중이다. LG이노텍의 애플 매출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7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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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공장의 생산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지만,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여파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아이폰을 원하는 고정 수요가 있는 만큼 애플이 제품 생산 정상화에 대비해 부품 재고를 확보하면서 부품 공급 취소나 물량 축소 등은 아직 없다는 설명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생산이 차질을 빚어도 애플이 부품 재고를 쌓아둔 채 생산 정상화를 기다릴 수 있다”며 “애플에 납품하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량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다만 아이폰 생산 정상화가 계속 지연될 경우 애플이 부품 재고 조절에 나서면서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두 회사의 실적에도 악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1조9800억원을 기록했고 LG이노텍도 32.5% 상승해 4448억원을 써냈다. 아이폰 판매 호조의 영향이 컸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생산 정상화가 늦어지고 애플이 부품 주문을 줄이면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의 분기별 실적이 예년보다 부진해질 수는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아이폰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기 때문에 생산이 늦어져도 대기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애플 납품기업의 매출 발생 속도가 지연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