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택시승차대’ 사라지자 배회하는 택시들…교통정체 주범?

박순엽 기자I 2021.03.23 11:00:10

‘서울시내 택시승차대’ 5년 새 377→280개소 줄어
“콜 방식 대중화로 수요 감소…마땅한 장소 없어”
택시기사 “휴식처 사라져”…주·정차단속 2배 증가
교통체증·환경오염 우려…“대기·휴식 공간 필요”

[이데일리 김민표 박순엽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서울시내에서 ‘택시승차대’를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택시승차대는 택시기사로선 차를 대어놓은 채 잠시 휴식하며 승객을 기다리고, 승객으로선 미리 연락하지 않아도 곧바로 택시를 잡아탈 수 있는 공간인데 그 숫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택시기사들은 승차대가 사라지면서 잠시 쉴 만한 장소가 사라졌고, 연이어 운행하다 보니 교통체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는 방식이 보편화한 탓에 승차대를 이용하는 승객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택시 승차대 5년간 25% 감소…콜 방식 대중화

택시승차대는 택시기사들과 승객 간 약속의 장소다. 승객은 길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차에 손을 흔들지 않아도 택시를 탈 수 있고, 택시기사는 빈 차로 운행을 하지 않아도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역, 용산역, 고속버스터미널 등 주요 교통시설이나 백화점, 전통 시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의 택시 승차대엔 여전히 택시를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택시승차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택시승차대 개수는 지난 2016년 377개소에서 올해 280개소로 감소했다. 이용객이 줄어든 탓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택시 결제 기준 승차대 이용률은 4.12%”라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콜(택시) 방식이 대중화되면서 수요 자체가 감소 추세”라고 설명했다.

택시승차대를 설치할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요인도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선 ‘해당 지역의 교통여건·택시 이용 수요를 고려해 관할 관청이 지역 경찰청장과 협의해 택시승차대 설치·시설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양 기관이 만족할 만한 설치 지점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버스 전용차로 등과 중복돼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사라진 택시승차대도 있다. 서울시 측은 “도로 여건상 버스 전용차로, 자전거 전용도로 확대 등으로 설치에 적합한 장소가 제한적”이라며 “택시승차대를 새로 설치할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택시기사 휴식처 사라져…배회형 영업에 교통체증

그러나 택시기사들은 점차 사라지는 택시 승차대에 아쉬움을 표했다. 택시기사들에게 승차대는 승객을 기다리는 장소이자 동시에 잠시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김모(62)씨는 “요즘엔 쉴 곳이 없어 한적한 길가에 세우고 쉬곤 한다”면서 “그러다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주·정차 단속에 걸린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승차대가 사라지는 동안 서울시 택시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2016년 5만2191건에서 지난해 9만1868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32년째 택시기사로 일한 임모씨는 “택시 승차대는 잠깐 쉬면서 승객을 기다리는 장소”라며 “최근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도 승차대가 없어져 LPG 가스 충전소,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골목길 등에서 쉰다”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들에게 휴식 공간을 일부 제공했던 승차대가 사라지면서 기사들이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택시기사 강모(74)씨는 “개인택시는 하루 평균 14~15시간을 일하는데, 쉴 공간이 없어 계속 무리해서 (손님을 찾아) 돌게 되면 결국 졸음운전을 할 수도 있다”며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택시들이 대기할 장소가 없어 도로를 배회하면서 승객을 찾게 되면, 그만큼 운행하는 차량이 늘어나 차량 흐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문 용어로 ‘크루징’이라고 표현하는데, 택시가 대기할 공간이 없어 도심을 돌면 교통 체증, 환경오염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 관련 시민단체 대표도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기본적으로 공차(空車)로 시내를 배회하면서 손님이나 콜(부름)을 찾는 영업을 하는 택시가 많다”며 “차량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장소를 지정해서 승객이나 콜을 기다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면 공차 운행량 증가를 줄여 교통체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앞 택시 승차대 (사진=김민표 기자)


◇전문가 “택시기사 대기·휴식할만한 공간 필요”

아울러 스마트폰을 접목한 완전 예약제의 블랙택시, 콜 위주의 모범택시 등 새로운 택시 운영방식에 따른 대기 장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블랙택시를 운영하는 이완식(71)씨는 “블랙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모범 운전자인데 대기시간이 긴데다가 마땅한 대기 장소가 없다 보니 주정차 위반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택시승차대를 바라보는 관점이 승객에서 기사로 변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정훈 교수는 “과거 택시승차대의 목적은 애초 승객들이 조금 더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공급된 것이지만, 시대가 바뀌어 콜 문화가 들어선 만큼 승차대가 아니더라도 택시기사들의 대기와 휴식을 챙겨줄 공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지자체에서 관심을 두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라며 “유동인구가 적은 곳의 승차대를 제거하는 대신 택시를 세워놓고 기사들이 수리 수 있는 주차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선 공영주차장 공간을 활용하고, 부족하면 민간주차장과 협약을 통해 활용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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