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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정신과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실수로 잘못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환자는 “병원 실수로 며칠간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며 “대형병원에서 기초적인 실수를 했다는 사실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병원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1년 넘게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아온 A씨는 지난달 31일 병원에서 받아온 약 봉투를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약 봉투에 자신이 처방받아온 정신과 약인 로도핀정 25㎎ 대신 처음 보는 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가 해당 약에 적힌 영문명 등을 찾아본 결과 해당 약은 정신과와는 무관한 건일로딘정 200㎎였다. 약학정보원 누리집에 따르면 이 약은 관절염 등에 사용되는 해열·진통·소염제로 분류돼있다. 약을 잘못 지급받은 사실을 안 A씨는 지난 2일 병원을 다시 찾아 자초지종을 알리고 병원 측으로부터 새로 약을 지급받았다.
A씨는 잘못 지급된 약을 복용 전 발견해 실제로 먹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약을 먹지 못해 수면장애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A씨는 “운 좋게 약이 잘못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지만 병원에서 제대로 된 약을 다시 받을 때까지 사흘간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악몽을 꿨다”며 “색깔·크기·모양도 다른 약을 잘못 줬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사람이 직접 수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고 이후 다른 담당자가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잡아내지 못해 발생한 일로 보인다”고 해명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조제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고려대 안암병원 약제실에서의 조제과정은 약의 종류에 따라 사람 혹은 기계로 작업하는지가 나뉜다. 약의 사용 빈도가 높은 경우 등이 주로 기계 작업에 해당한다. A씨가 복용하는 약은 사람이 작업하는 경우였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는 “두 약의 이름이 비슷해 담당자가 실수한 것 같다”며 “기계 작업에서 오류가 생긴 것이 아니어서 A씨의 정신과 약이 다른 환자에게 처방되는 등의 추가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한국의료질향상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공개된 약제오류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년여간 857건의 약물오류 자율보고가 이뤄졌다. 약물오류의 유형별 빈도는 △의사 처방오류 △간호사 투약오류 △약사 조제오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