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폴크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이 국내 공개됐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이날 신차 발표회에서 “매끈한 디자인과 안정감 있는 비율을 갖춘 아테온을 폴크스바겐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라고 치켜 세운 뒤 “넉넉한 차체와 프리미엄급 품질로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와 직접 경쟁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테온은 폴크스바겐 최상위 라인업으로 탄탄한 주행성능은 물론 승차감과 경제성, 넉넉한 실내 공간까지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아테온은 2.0L 디젤 엔진과 7단 DSG 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5km에 달한다.
이날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아테온 보다는 폴크스바겐코리아의 희한한 가격 정책이었다. 국내 출시 가격은 프리미엄 5216만원, 프레스티지 5711만원이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는 “아테온 한국 출시 기념으로 최대 1000만원 할인 정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신차를 내놓자마자 1000만원는 깎아주는 '코리안 디스카운트' 정책을 선보인 셈이다. 이날 행사장에 참가한 미디어 상당수가 5000만원을 훌쩍 넘어간 아테온의 소비자가 가격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서일까. 아테온 현금 구매자는 15%의 할인이 가능하다. 실제 구입가는 각각 4490만원, 4920만원으로 800만원 정도 할인이 된다. 폴크스바겐 파이낸스를 이용하면 할인 폭은 17%까지 오른다. 할인율을 적용하면 각각 4329만원, 4083만원으로 할인폭이 1000만원에 달한다. 이런 신차 프로모션은 아테온 뿐만 아니다. 올해 폴크스바겐은 티구안, 파사트 GT, 파사트 TSI 등 신차를 출시하면서 동시에 7~15%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사실상 소비자 가격을 부풀린 뒤 1000만원씩 할인한다는 꼼수라는 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이 신차를 내놓자마자 15% 할인에 들어간 것은 수입차 업계의 공공연한 신차 가격 부풀리기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라며 “자칫하면 공정거래위에서 조사에 들어갈 여지를 남겨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은 신차를 싸게 사는 듯한 착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폴크스바겐 신차 가격을 믿을 수 없다. 4700만원짜리 아테온에 5700만원 가격을 붙여 놓고 1000만원 할인해 선심을 쓰는 것 같다”며 날선 비판의 시선을 보낸다. 더구나 이런 가격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기존 차량 보유자의 중고차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2016년 디젤게이트로 인해 국내에서 판매를 중지했다. 올해 3월 판매를 재개하면서 그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신차 출시와 동시에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아테온보다 앞서 출시한 파사트, 티구안 등 인기차종들도 대대적인 할인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사트GT를 구매할 때 폴크스바겐 파이낸스를 이용하면 최대 15%할인이 가능하다. 현금은 13% 할인이 적용된다. 이 외에도 보증기간을 5년, 12만km로 연장해주고 100만원 상당의 서비스 바우처도 지급된다. 4263만원의 파사트GT 2.0TDI 모델 현금가는 3708만원이다. 국산 준대형 세단 현대 그랜저와 가격 경쟁이 가능하다.
수입차협회 전직 임원은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은 결과적으로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가격 자체를 낮추고 모델 체인지를 앞둔 끝물 상품에 한 해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정책은 좀처점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어느 시점에 신차를 구입해야 할지 고민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아울러 15%를 할인 받아 구매해도 바가지를 쓴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할인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비자의 신뢰가 경쟁력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