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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속이 타는 것은 롯데·SK다. 작년 사업권을 반납한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부활 여부를 좌우할 정부의 면세점 추가 특허 발표를 불과 3주 앞둔 상황. 법률상으로 가격 담합이 면세점 신규입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발표 직전 공정위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업계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은 지난달 롯데·신라·SK 등 면세점업체 8곳에 제품 판매가격을 담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이들 업체들은 공정위에 제출할 의견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08년~2012년까지 매일 달라지는 원·달러 고시환율을 따르지 않고 업체 간 임의로 합의한 환율을 통해 면세품 가격을 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일 혐의가 인정되면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최대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면세업계는 국산품 가격을 달러화로 표시할 때 매일 가격표를 바꿀 수 없어 편의상 업계가 정한 기준환율을 이용했을 뿐 담합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공정위 담합조사가 정부의 신규 면세점 추가특허 발표를 앞둔 상황에 불거져 나왔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면세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중 면세점 추가 특허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지난해 사업권을 박탈당한 롯데·SK로선 추가 특허를 환영하지만 면세업에 갓 진입한 신세계·두산·한화 등은 공급과잉을 이유로 추가 특허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정위 담합조사가 면세점 추가특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의 비도덕적인 관행을 지적하는만큼 간접적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아울러 이번 조사가 지난 2012년 롯데의 자진신고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공정위는 부당 행위를 자진신고(리니언시)한 업체에 한해 과징금 면제 혹은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영해 왔으며 당시 신고한 업체가 롯데라는 것은 업계 간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만일 이번 공정위 조사의 파장이 정부가 신규 면세점 추가 특허를 철회하는 등 롯데에 불리한 쪽으로 작용한다면 결과적으로 롯데가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사실 담합 사실이 인정된다 해도 롯데가 신규 추가특허를 신청하는 데 법률상 문제는 없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면세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한 지위 남용행위를 하는 경우 5년간 신규 추가특허에 대한 신청을 배제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여기서의 ‘부당한 지위 남용행위’에 가격 담합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당한 지위 남용행위’는 A업체가 단독으로 면세점 상품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 부당한 이득을 올린 경우 등을 의미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조항에 부합하려면 기본적으로 단독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득을 취해야 한다”면서 “이번 환율담합 건은 둘 이상 사업자의 공동합의에 해당할 뿐 부당한 지위 남용행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만일 담합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롯데는 신규 면세점 특허 신청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법률상 하자가 없음에도 롯데 내부의 불안함은 고조되고 있다. 면세점 추가특허 여부 발표를 목전에 둔 상황에 자칫하면 여론 역풍을 맞아 ‘월드타워점 부활’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하반기 경영권 분쟁으로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로선 업계의 작은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업체끼리 내부에서 기준환율을 정한 것일 뿐 이를 통해 이익을 누린 것은 없으므로 담합이 아닐뿐더러 만일 담합이 인정된다 해도 신규 면세점 특허에 지장을 주는 일이 더더욱 아니다”면서 “하필 추가특허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이슈가 불거져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