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갑작스레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고 강도 높은 유동성 제한 조치를 내놓자 중국 증시는 크게 위축됐다. 상하이 종합 지수는 올들어 8.4% 떨어졌고, H지수도 10% 가까이 밀렸다.
중국 당국의 긴축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주 투자 비중이 높은 중국 펀드의 수익률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해보인다. 이미 그간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이 발생하고, 해외 주식 매매 차익 비과세가 종료되면서 중국 펀드에서 자금은 연초부터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 H주 펀드 올 수익률 -8.3%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올 수익률은 평균 -8.3%로 집계됐다.(순자산 100억원 이상)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도 -9.1%를 나타냈다.(순자산 1억원 이상)
주식에 95%를 투자하고 있는 `신한BNPP더드림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 1`은 12% 가까이 떨어졌다.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 1`, `한국투자그레이터차이나증권투자신탁 1` 등도 10%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집계 대상 펀드 중 수익률이 플러스(+)를 나타낸 펀드는 없었다.
◇ 금융株 비중 높아 긴축정책 타격 커
긴축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예상되면서 특히 금융주의 타격이 큰데, 중국 펀드가 추종하는 주요 벤치마크 지수에서 금융주 비중이 높은 점은 하락률을 더욱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
H주에서 금융주의 비중은 61.5%로 압도적으로 높다. MSCI 중화 지수(홍콩 및 중국기업 추종)는 58.7%,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의 주요 종목 300개를 지수화한 CSI 300 지수는 45%다.
펀드 별로 살펴보면 `한국투자그레이터차이나증권투자신탁 1`의 경우 금융주 보유 비중은 52.6%,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 1`는 44.4%로 절반을 넘거나 가깝다.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엄청나게 불어났지만 아직까지 증시 구성 종목이 다변화되지 않고 금융업종에 대형주가 집중돼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가운데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중국 펀드는 수익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목된다. `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증권자투자신탁 1`의 수익률은 -5.1%를 나타냈다.
◇ 당분간 中 증시 불안한 흐름 지속
본격적인 출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 금리 인상이 단행되기 전까지 증시는 불안한 흐름을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강도높은 유동성 해소 조치를 취하면서 증시가 빠지고 있다"며 "대출 제한 강화, 지급 준비율 인상 등의 조치로 당분간 이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나 돼야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며 "인상 후 증시는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 정책의 본격적인 변화 외에 물량 부담 문제도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우려된다. 경기 회복과 함께 기업공개(IPO)가 지난해의 두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유통주도 대규모로 해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빠른 소비 증가세를 감안하면, 장기적인 투자처로서 중국 증시가 여전히 유망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서 연구원은 "출구 전략도 경기 회복세에 따른 결과인데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기 때문에 증시가 폭락하는 현상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저축률이 낮아지면서 소비 모멘텀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