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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주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오픈AI가 전직 애플 직원들과 입사 지원자들에게 접근해 미공개 제품 정보를 유출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애플의 전직 아이폰 디자인 책임자가 개발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애플의 내부 보안 절차를 우회하는 방법까지 새로 영입한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애플은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오픈AI의 불법 행위 중단, 그리고 이미 유출된 독점 자료의 전량 폐기 명령을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오픈AI는 자사 디바이스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타사의 영업비밀에는 관심이 없으며 혁신적인 기술 구축에만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역시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애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들을 깊이 존경한다”고 언급했으나, 애플은 소장에서 “오픈AI의 하드웨어 사업은 유출된 영업비밀에 불법적으로 의존해 코어부터 썩어 있는 가장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다”고 날을 세웠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 무섭게 기술 인력을 빨아들이는 오픈AI에 대한 상당한 위협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AI는 아이폰, 애플 워치, 에어팟 등 애플의 핵심 하드웨어를 담당하던 조직에서 공격적으로 인재를 가로챘으며, 현재 오픈AI에 근무 중인 애플 출신 인력만 400명이 넘는다. 특히 아이폰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는 엔지니어들이 무더기로 이탈해 애플이 조직 일부를 아예 새로 구축해야 했을 정도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파격적인 스톡옵션을 제안하는 오픈AI에 맞서 이례적인 대규모 잔류 보너스를 지급하고 최고위 경영진까지 직접 설득에 나서는 등, 지난 몇 달간 이 문제를 내부의 가장 큰 우려 사항 중 하나로 다뤄왔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소송이 지닌 파괴력에 대해 블룸버그는 오픈AI가 모은 하드웨어 드림팀의 잠재력과 맞물려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AI는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임원 출신 탕 탄 등을 영입하고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결합해 하드웨어 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최근 애플이 AI 분야에서 고전하며 하드웨어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상당한 위협이 됐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에디 큐 애플 서비스 총괄 수석부사장이 지난해 구글 반독점 재판 증언에서 “10년 뒤에는 아이폰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며 AI 기술이 가져올 디바이스 시장의 지각변동을 인정한 대목을 언급하며 이러한 위기감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애플의 의도가 실현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소송이 제기된 것 자체만으로도 오픈AI의 독자 행보에 큰 제약이 걸렸다는 해석이다. 애플 직원들이 오픈AI로 이직을 시도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것만으로도 내부 보안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되어 오픈AI의 인재 채용 파이프라인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소송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오픈AI 내부적으로 철저한 법적 검토와 컴플라이언스 교육 등 관료주의적 절차가 늘어나면서 엔지니어들이 개발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직 애플 출신 직원들 역시 법적 책임을 의식해 과거 업무 경험에 대해 입을 닫을 가능성이 커 조직 전반의 개발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애플이 영업비밀 침해를 입증해 낼 경우 오픈AI가 개발 중인 제품의 설계를 전면 변경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이는 과거 칩 스타트업 리보스(Rivos)가 애플과의 소송 끝에 프로세서 기술의 일부를 재설계하기로 합의한 선례와 유사하다. 블룸버그는 오픈AI가 올해 첫 하드웨어 제품을 공개하고 2027년에 출시하겠다는 일정을 아직까지는 유지하고 있으나 애플의 청구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변경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초기 제품 개발은 상당 부분 진행되었더라도 당초 구상했던 다양한 디바이스 제품군(Family)으로 신속하게 확장하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질 전망이라는 것이 블룸버그의 예측이다.
제조 공급망과의 관계 설정 역시 걸림돌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아시아의 전자제품 제조 네트워크가 방대하더라도 프리미엄 소비자 기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공급업체 생태계는 매우 좁다는 점에 주목했다. 부품사들 입장에서는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애플과의 파트너십이 흔들리거나 법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오픈AI와의 협력을 심화하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오픈AI 측은 스마트 스피커나 웨어러블을 넘어 최종적으로는 아이폰의 직접적인 대항마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비교적 설계가 간단한 비(非)스마트폰 형태의 기기를 먼저 선보일 계획이지만, 애플 역시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에어팟, 스마트 글래스, 탁상형 로봇 등 차세대 홈 디바이스 라인업을 촘촘히 준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가들은 “법원이 오픈AI의 하드웨어 개발 노력에 제동을 거는 타깃형 임시 처분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분쟁 대상이 된 자료의 격리, 증거 보존, 컴플라이언스 인증 등이 의무화되면 오픈AI의 하드웨어 로드맵은 물리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결국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애플은 자사의 시장 지위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추격자의 발걸음을 묶어두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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