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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미래 전망…“韓 탈원전하면 SMR 수출길 막힐 것”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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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11.19 07:36:52

[에너지와 미래-19]
한도희 국제원자력기구 SMR 총괄국장 인터뷰
中·러 SMR 1호기 성공, 2030년대 본격 경쟁전
500기 시장 선점 경쟁 “지원 제도가 1순위 중요”
“탈석탄 부지에 SMR 짓고 인허가 단축 美 봐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희망하는 나라들을 만났을 때 일치된 의견은 ‘SMR을 자국에 건설하지 않은 (탈원전) 국가는 수출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SMR을 수출하려면 SMR을 한국에 건설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원전을 구입하려는 나라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도희 국제원자력기구(IAEA) SMR 총괄국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한국이 SMR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및 국제협력을 위한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다. 한 국장은 IAEA 세번째 고위직인 원자력발전국장에 2015년 선임됐고, 이후 초대 SMR 총괄국장을 맡아 SMR 관련 IAEA 전반의 업무를 맡고 있다.

SMR(Small Modular Reactor)은 기존 원전보다 3분의 1가량 작은 소형 원전이다. 경제성, 안전성이 뛰어날 것으로 전망돼 미래 에너지원이자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한 기술은 아니지만 미국, 중국,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SMR 기술 개발에 나선 산업계에서는 앞으로 5년이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 (사진=로이터 연합)
실제로 한 국장은 “SMR 글로벌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한 국장은 “향후 2년 치 IAEA 교육·미팅 프로그램이 이미 꽉 차 있는데, SMR 기술 발전이 빠르고 관심이 많다 보니 각국의 SMR 교육·미팅 추가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며 “그동안 30개국 이상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SMR 교육·미팅을 진행했는데 내년에 30개국 정부를 대상으로 더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SMR 1호기를 각각 완성한 상황이다. 미국 등 15개국은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한창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도 2030년대 초반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수력원자력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한국형 소형원자로(SMART100)를 만들고 있다. 한 국장은 2030년대에 각국의 SMR이 가시화되고, 25년 뒤인 2050년에 운영될 SMR이 전 세계 500기에 달할 것으로 봤다. 각국이 이같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승자가 될까. 우리나라는 승자가 될 수 있을까. 한 국장은 한국을 비롯해 주요국이 승산이 있지만 넘어야 할 도전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도전 과제 중 하나는 SMR 수출에 성공하려면 수출에 앞서 SMR 개발·상용화부터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원전을 하면서 수출길을 뚫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국장은 “SMR을 만들어보고 써 본 나라가 수출도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한 국장은 “SMR 진흥에 1순위로 중요한 것은 제도”라며 미국 정부의 SMR 지원을 참조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은 탈석탄 부지를 SMR 부지로 활용해 탈석탄 에너지 전환과 SMR 도입을 맞물려 추진하고 있고, SMR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도 이미 마련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SMR 특별법’ 제정도 힘든 실정이다. 한 국장은 “지원이 제대로 안 되면 SMR 진흥은 쉽지 않다”며 정부 정책이 SMR 향배를 가를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 국장이 최근 한국원자력학회 2025 추계학술발표회 발표차 방한해 발표한 뒤 이데일리와 만나 질의응답을 한 내용이다.

한도희 국제원자력기구(IAEA) SMR 총괄국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학사·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25년간 미래형원자력시스템 기술 개발을 수행해 온 원자력 전문가다. 2013년 당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13개국이 참여하는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GIF) 국제공동연구의 기술국장을 맡았다. 2015년에 IAEA 원자력발전국장(Director, Division of Nuclear Power)에 선임돼 현재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IAEA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는 IAEA SMR 프로그램 전반을 총괄하는 SMR 총괄국장을 맡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국제적으로 SMR 관련 분위기는?

△글로벌 열기가 뜨겁다. 현재 15개국에서 SMR을 개발 중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나라만 집계한 것이다. 대학교나 연구기관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다. IAEA 전망에 따르면 2050년에는 전체 원자력 발전 용량의 15%가 SMR이 될 전망이다. 300MW 기준으로 총 500기 이상의 SMR이 운영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 SMR 개발 붐인가?

△전력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2040~2050년이 되면 몇배 이상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수요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이를 충당하려면 발전소가 필요한데, 중요한 포인트는 이를 청정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석탄화력을 지을 순 없다. 그런데 SMR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 열까지 공급할 수 있다. 게다가 SMR은 설비 규모가 작다 보니 초기 투자비가 확실히 작다.

특히 해외에서는 석탄발전 부지에 SMR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많다. 미국에서는 석탄화력 부지가 SMR 부지로 적합한지를 테스트 했다. 이 결과 많은 부지가 SMR 부지로 쓸 수 있다고 예비 검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이다.

-한국이 늦은 건 아닌가?

△늦지 않았다. 러시아는 2020년, 중국은 2022년에 SMR을 첫 개발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첫 개발 시기는 대부분 2030년대다. 지금 SMR 1호기 개발만 가지고 어느 나라가 빠르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앞으로 2030년대가 되면 대략 20개 정도의 SMR이 운전 중일 것이다. 그때까지 봐야 한다.

-SMR의 경제성이 있나? 대형 원전보다 경제성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SMR은 분명 경제성이 있다. SMR은 부품을 공장에서 레고처럼 균일하게 만들고, 건설 현장에서 통째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때문에 공장에서 제품을 균일하게 만들 수 있어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현장에서는 빠르게 건설할 수 있다. 공기(工期) 단축으로 건설 비용이 줄어들수록 이자 등 재정 비용이 감축된다. 반복해서 많이 짓게 되면 발전단가는 자연스레 낮아지게 된다.

가까운 시기에 배치 가능한 소형모듈원자로(Near-term deployable SMRs)의 각국 개발 상황을 보여주는 표다.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2020년, 2022년에 1호 SMR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는 현재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대 초반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한국형 소형원자로(SMART100)를 만들고 있다. (자료=한도희 IAEA SMR 총괄국장)
-현재 나라별 순위는?


△각국의 회사마다 모듈화 대상, 정도가 각각 다르다. 현재는 완공한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건설 기간, 반복 건설을 통한 단가 인하 추이를 봐야 한다. 1호 개발 뒤 후속 주문이 들어오면 단가가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후속 주문을 못 받는 곳은 사장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반복 건설로 경제성을 입증·달성하느냐다. 그것을 입증·달성하는 게 진짜 승자다.

-한국이 SMR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나?

△SMR을 자국에서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 SMR 도입을 희망하는 나라들을 만났을 때 일치된 의견은 ‘SMR을 자국에 건설하지 않은 (탈원전) 나라는 수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이 SMR을 수출하려면 SMR을 한국에 건설해 봐야 한다. 그래야 원전을 구입하려는 나라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지난 40년 이상 원전 건설·시공·운전을 꾸준히 해왔다. 한국만큼 공기를 제때 맞추는 곳이 많지 않다. 다른 나라가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따라오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얼마나 한국이 지속성을 갖는지 여부다.

-SMR 안전성 우려는?

△대형 원전보다 안전한 게 사실이다. 실제 관련 통계에서도 SMR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향상된 것으로 증명됐다. 여러 개를 밀집해 짓기 때문에 안전에 우려가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수십 개를 밀집해서 짓는 게 아니다. 10개 이하 정도의 SMR을 한 지역에 짓고, 그 이상이 되면 다른 지역에 가서 짓기 때문에 한 곳에 너무 많이 밀집돼 짓는 건 아니다.

-이 밖에도 극복해야 할 SMR 도전 과제는?

△원자로별 기술적 과제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를 풀어야 한다. 물리적 테러 방지, 사이버 공격 방어도 도전 과제다. 바지선에 SMR을 건설할 경우 이동에 따른 안전(transport security)도 중요하다. IAEA 세이프가드(핵물질이 발전, 연구 등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되는지 검증하는 국제적 안전조치 체계)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반복 건설로 경제성을 입증·달성하려면 다른 나라에 SMR을 수출해 건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발국과 수입국의 규제가 다르면 비효율이 발생한다. 따라서 SMR에 대한 통일된 국제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SMR 건설 시 월드뱅크 등의 금융 지원이 원활하게 돼 재정적 리스크가 없어져야 한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SMR 진흥에 1순위로 중요한 것은?


△제도다. 규제 제도가 조화롭게 돼야 한다. 규제가 들쑥날쑥하고 지원이 제대로 안 되면 SMR 진흥이 쉽지 않다. 미국이 SMR에 대한 제도가 제일 잘 만들어져 있다. 미국은 SMR에 대해 제도적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다. 조속히 상용화 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MR 등 신규 원자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원자로 심사를 18개월 이내에 완료’하는 내용의 ‘원자력 산업 활성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원자력 에너지 혁신 및 현대화법(Nuclear Energy Innovation and Modernization Act·NEIMA)에 단계별로 원자로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도록 해 신속하게 검토가 진행되도록 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인허가 프로세스 이전에 ‘사전신청검토’(Pre-Application Review·PAR) 절차를 운영해 사업자가 인허가 관련 규제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IAEA 역할은?

△SMR 기술 발전이 빠르고 관심 있는 나라들이 많아 IAEA에 관련 문의나 교육 요청이 많다. 이에 IAEA는 케냐, 태국, 아르헨티나 등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SMR 스쿨을 운영해왔다. SMR을 도입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노형의 SMR이 각국에 적합한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현재까지 30개국 정도를 교육했다. 앞으로 30개국 정도 교육을 더 해야 한다. 내년 2월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SMR 교육이 예정돼 있다. SMR 개발자와 SMR을 희망하는 나라의 정부 관계자들이 만나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도록 준비 중이다.

*에너지와 미래=에너지 이슈 이면을 분석하고 국민을 위한 미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해 봅니다. 매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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