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트랙터 vs 농부’ 결과는…무인화 시대 여는 LS엠트론[르포]

김은경 기자I 2024.04.23 12:00:00

전북 완주 ‘센트럴메가센터’서 트랙터 시승
자동으로 밭 갈고 농작물 수확량까지 늘려
자율작업 트랙터, 15년 베테랑 농부 ‘압승’
2025년 완전 무인화 목표…해외 공략 가속

[완주=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봄볕이 따갑게 느껴지는 오후, 한 트랙터가 아직 작물을 심지 않은 밭을 일정한 간격으로 오가고 있다. 밀짚모자를 쓴 농부가 트랙터를 몰고 있을 법한 풍경이지만 운전석은 텅 비어 있었다. 트랙터는 혼자서 쉬지도 않고 1500평 규모의 밭을 금세 갈아냈다. 트랙터가 스스로 농경지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적용한 LS엠트론의 자율작업 트랙터다.

지난 19일 전북 완주 센트럴메가센터에서 진행된 LS엠트론 ‘고수들의 진검승부’ 대회에서 농민 참가자가 자율작업 트랙터와 대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LS엠트론)
지난 9일 자율작업 트랙터 시승이 가능한 전북 완주 LS엠트론 센트럴메가센터를 찾았다. 올해 2월 문을 연 이 센터는 약 3400평 규모 부지에 전북영업소와 트랙터 정비공장까지 갖춘 국내 최대 자율작업 트랙터 시승 공간이다. 이날 센터에서 트랙터 무인 이동과 로터리(경운) 작업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자율작업에 앞서 LS엠트론 연구원이 직접 모는 트랙터에 함께 타봤다. 해당 연구원이 트랙터를 몰고 지나간 자리는 계속 고개를 돌려 작업 상황을 확인하다 보니 밭을 고른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지나간 자리를 또 지나가는 경우도 생겨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자율작업 트랙터는 숙련된 농부와 같이 밭을 일정한 간격으로 갈아낼 뿐 아니라 속도도 훨씬 빨랐다. 운전석에 앉아 오른쪽 터치스크린으로 경로를 설정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자 운전대에 손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덜컹’ 소리와 함께 트랙터가 즉시 작업을 시작했다. 밭 가는 일은 트랙터에 맡겨 두고 창밖을 보자 고즈넉한 농촌 풍경이 시야를 채웠다.

LS엠트론 자율작업 트랙터가 밭을 갈고 있다.(영상=LS엠트론)
실제 농부와 트랙터가 대결을 벌이면 어떨까. LS엠트론은 지난 19일 이곳에서 ‘고수들의 진검승부’ 대회를 열었다.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농부들과 자율작업 트랙터가 밭을 갈며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농부가 트랙터를 이기면 1억3000만원 상당의 트랙터를 상품으로 증정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뜨거웠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자율작업 트랙터의 압승이다. 참가자 중 1위를 차지한 농업 경력 15년의 이두현(전남 무안)씨는 69.2점을 받았지만 트랙터는 96.4점으로 27.2점이나 차이가 벌어졌다. 작업 시간은 참가자가 7분 22초로 트랙터(7분 48초)보다 빨랐으나 정확도에서 큰 차이가 나면서 승패가 갈렸다.

이 씨는 “자율작업 트랙터를 타보니 사람이 할 일이 거의 없다”며 “트랙터에 앉아 쉴 수 있어서 피로감이 확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농민들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농작업 중 두둑 성형은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데 자율작업 트랙터는 사람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를 보인다”며 “중복작업 영역을 최소화해 두둑 하나를 더 만들면 그만큼 생산성이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LS엠트론 자율작업 트랙터 운전석에 탑승한 모습.(영상=김은경 기자)
LS엠트론의 자율작업 트랙터는 초정밀 위치 정보 시스템인 초정밀측위(RTK)와 위성항법시스템(GNSS)을 적용했다. 정지 상태에서 트랙터 위치 정밀도는 2cm 이내, 작업 시 최대 오차는 7cm 이내다. LS엠트론이 자체적으로 양파 농사 현장에 테스트한 결과 수동 작업 대비 경작 시간은 25% 줄고 수확량은 7% 늘어 경작지 6000평 기준 약 250만원의 수익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현재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최종 목표인 완전 무인화(4단계) 달성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는 0단계인 원격제어와 1단계 자동 방향 변경, 2단계 자율주행에 이어 3단계인 자율작업까지 와 있는 상태다. 아직 국내에는 농경지에서 완전 무인화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어 관련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LS엠트론의 목표는 2025년까지 자율작업 트랙터 완전 무인화를 달성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농업용 자율주행 트랙터 시장 규모는 올해 1조7000억원에서 2029년 5조5000억원으로 증가하며 26.10%의 높은 연평균성장률(CAGR)이 예상된다. 국내 경쟁사인 대동의 경우 2026년 완전 무인화를 목표로 4단계 자율작업 농기계에 들어갈 인공지능(AI)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민 LS엠트론 트랙터선행개발팀장은 “LS엠트론의 자율작업 트랙터는 고유의 회전을 통해 트랙터를 정확히 다음 작업 위치로 이동시키는 등 타사 대비 압도적 기술력을 자랑한다”며 “이미 무인 작업인 4단계를 실현하기 위해 장애물 감지 기능과 긴급 정지 기능도 적용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작업 기술을 고도화해 국내는 물론 규모가 큰 미국, 유럽 등 해외 농기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LS엠트론 전북 완주 센트럴메가센터 전경.(사진=LS엠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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