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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민들 경제고통 체감하면 푸틴 용납하지 못할 것"

고준혁 기자I 2022.03.15 11:19:35

푸틴 당선 후 20년간 러시아 극빈층 38%서 3.7%로 줄어
경제성장으로 인기 얻은 푸틴, 전쟁과 지지도 맞바꾼 꼴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러시아인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더는 용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를 번영시킨 것인데 서방의 제재로 상황이 30년 전으로 후퇴해 자칫 신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독일의 반전 시위에 등장한 죄수복을 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형. (사진=AFP)
14일(현지시간) CNBC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러시아의 일반 소비층에게 앞으로 몇 달은 현대 사회에서 누리는 것들을 포기하고 동유럽을 통제하려고 하는 푸틴의 야망을 지지할지를 고민하는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인들이 앞으로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되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푸틴 대통령을 더는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단 것이다.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외환 보유고 동결 △러시아 원유 및 가스 수입 중단 등 각종 경제 제재를 내렸다. 이밖에 맥도날드, 펩시, 리바이스, 유니클로, 마스터카드, 엑손 모빌, 골드만삭스 등 전 업종에 걸쳐 약 300여개 달하는 국제 기업들의 러시아를 떠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해 러시아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아직 러시아인들이 서방의 경제 제재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바링스 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토퍼 스마트 글로벌 전략가는 “진정한 경제적 제재 여파가 곧 러시아에 닥칠 것”이라며 “그들은 의약품을 수입할 수도 없고, 유전을 개발하기 위한 어떠한 종류의 투자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품에 의존하는 러시아인들은 이제부턴 중국산 가짜 자동차와 휴대폰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대통령 등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화하기 마련이지만, 러시아의 경우 더 심각할 수 있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인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1990년대 옛 소련이 붕괴되고 함께 무너진 경제를 부흥시켰다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견고한 지지의 핵심이 경제 발전인 만큼 경기가 악화하면 푸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급격히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던 2000년, 하루 5.5달러를 쓰는 러시아 인구의 38%에 달했다. 2018년 이러한 극빈층은 3.7%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인들 사이에 암묵적인 사회 계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지난 20년간 이룩한 경제 발전과 국민들이 보내는 지지를 맞바꾸는 계약이다.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 계약 관계가 틀어지고 푸틴 대통령도 주저앉게 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배리 이키즈 경제학 교수는 “최근까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교적 인기가 있었지만, 2주 전부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제 러시아인들에겐 해외여행 불가, 인터넷 사용 금지, 직불 카드 사용 불가 등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 될 것이고 이는 매우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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