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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청구서 받은 영국…"증세 없다"던 공약까지 파기

김보겸 기자I 2021.09.08 12:05:33

존슨 英총리, 새로운 보건사회복지세 만들기로
향후 3년간 57조원 확보…고령자도 세금내야
과거 "증세 없다" 공약 어겼다는 반발 거세

7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새로운 증세안을 발표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영국 정부가 수십년만에 최대 폭 증세에 나선다. 코로나19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세수가 부족해지면서다.

7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는 새로운 보건 및 사회복지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영국에서 개인이나 법인이 올린 소득에 대해 국민보험료를 1.25% 인상하고 주주배당에 대한 세율도 같은 비율만큼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23년부터는 새로운 보건 및 사회복지세를 신설해 별도 조세 항목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 의원들과 만나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어렵지만 책임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계속 빚을 내서 전염병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소득세나 자본이득세를 늘리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데, 소득세는 사업체가 내지 않기 때문에 전체 부담이 개인에게 돌아간다”며 “이 경우 기본 납세자가 예상할 수 있는 세금이 대략 두 배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개인과 기업은 비용을 분담해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국민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됐던 고령 근로자들도 보건 및 사회복지세가 새로 만들어지면 이를 납부해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의료 과부화 현상을 완화시키려는 게 영국 정부의 목표다. 의료 시스템에 추가 세수를 집중 투입해 환자 수용 능력을 10% 늘리고, 진료와 검사 및 수술을 900만 건 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세금 인상으로 3년간 세수 360억파운드(약 57조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존슨 총리의 설명이다. 부담금은 영국의 보건 및 사회의료 시스템에 직접 전달된다.

증세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의회에서는 존슨 총리가 지난 2019년 총선을 앞두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국민보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한 공약을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당 내부에선 존슨 총리의 증세 계획을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공약 위반에 빗대기도 했다. 제이콥 리스 모그 하원의장은 “내 입술을 읽어라, 증세는 없다”는 부시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 공약 덕분에 당선된 부시는 그 약속을 어겨서 몰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인 노동당에서도 청년층과 저소득층이 과도하게 부담을 지게 됐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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