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신의 범야권 대선 주자 3인방(윤석열 전 검찰총장·최재형 전 감사원장·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이 모두 링 위에 올랐다. 이들 모두 정권교체의 핵심 카드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킹메이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평가는 극과극으로 나뉜다. 김 전 부총리는 ‘게임체인저’로 띄웠지만,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게는 ‘막연하다’며 깎아내렸다. 김 전 위원장의 평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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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에 대해 “현실 인식이 아주 잘 돼 있다”면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호평했다. 윤 전 총장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최 전 원장에게는 “막연한 소리만 해서는 안된다”고 한 것과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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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김 전 위원장의 태도도 변했다. 평가를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에게 박한 평가를 내리진 않았다.
최 전 원장은 등판과 함께 김 전 원장의 평가절하를 받았다. 김 전 위원장은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밝힌 메시지와 관련해 “막연한 소리만 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변심 배경에 ‘개헌 찬반’ 작용했나
김 전 위원장의 평가가 극과극으로 나뉜 배경으로 개헌이 꼽히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구체적으로는 내각제로의 개헌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7월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헌을 제안하자 “개헌을 하면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로 내각제로 개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8대 국회에서 헌법 개정 정책자문위원장을 맡아 개헌 시안도 제출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최 전 원장을 개헌론자로 분류하며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대통령 5년 임기 가운데 2년만 하고 2024년 총선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최 전 원장이 감사원장직 사퇴 카드로 ‘개헌’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최근 깨졌다. 최 전 원장은 16일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이하여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온 것이 문제”라며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 역시 개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제헌절 입장문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제헌절의 헌법 수호 메시지를 대신하겠다”며 “말이 아니라 행동”을 강조하며 개헌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김 전 부총리는 등판과 동시에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자서전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정치 영역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정치의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것”이라며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김 전 위원장의 평소 소신인 ‘개헌’과 코드가 맞는 부분이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야권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그는 윤 전 총장에게 박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11월에 야권단일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