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기아차 플래그십 세단 K9은 비운의 운명일까.
제네시스 G80 신차 공세로 또다시 침체에 빠질 모양새다.
기아차는 10일 K9 연식변경 모델을 내놨다. 새로운 내장 색상, 확대 적용한 앰비언트 라이트, 음성 인식 기능 등을 추가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트림을 바꾸고 옵션 선택의 자유도를 높인 것도 특징이다.
2018년 4월 출시된 2세대 K9은 기존 세대의 부진을 털어냈다. 2017년 연간 1553대 파는데 그친 K9은 2018년 2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1만1843대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무려 7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는 조금 주춤했지만 1만878대로 월평균 906대를 기록했다. 순항할 것 같던 K9에 대형 먹구름이 드리웠다. 제네시스가 지난 3월 3세대 G80을 출시한 것이다. 올해 1~3월 판매된 K9은 2144대로 지난해 동기(2956대) 대비 판매량이 27% 감소했다. 이런 위기를 뒤집고자 K9은 연식변경을 통해 존재감 알리기에 나섰다.
제네시스 G80은 출시 하루 만에 2만2000대가 계약되며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신 3세대 플랫폼을 적용, 무게를 덜어낸 것 뿐만 아니라 구형 대비 실내 공간도 더 커졌다. 다만 K9이 G80에 비해 차체 길이가 살짝 크다. 공간 면에선 한 수 위다. K9이 전장 512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 휠베이스 3105mm인데 반해 G80은 전장 4995mm, 전폭 1925mm, 전고 1465mm, 휠베이스 3010mm로 전폭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짧고 낮다. 특히 4도어 쿠페 스타일이라 2열 헤드룸이 넉넉하지 않다. 탑승해 보면 공간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K9이 살아남으려면 기사를 둔 소퍼드리븐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G80이 새로운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것도 K9을 압도하는 부분이다. 3세대 G80에는 2.5L 가솔린 터보와 3.5L 가솔린 터보 그리고 2.2L 디젤엔진이 사용된다. L4 2.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돼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kg.m, V6 3.5L 가솔린 터보 엔진 역시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돼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kg.m, L4 2.2L 디젤엔진 역시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최고출력 210마력, 최대토크 45.0kg.m를 발휘한다.
K9은 디젤 엔진없이 3개의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V6 3.8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kg.m, V6 3.3L 가솔린 터보는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 V8 5.0L 자연흡기 가솔린은 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3.0kg.m를 발휘한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G80보다 한 급 위인 G90과 동일하다.
편의 안전사양도 G80이 한 수 위다. 출시 2년이 지난 K9 역시 기본적인 편의안전사양은 부족함이 없다. 최신 편의장비 측면에서 K9보단 G80이 앞선다. 가장 큰 차이는 센터 디스플레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사용되는 K9과 달리 G80엔 14.5인치 디스플레이가 달린다. 또 한 단계 진보한 운전보조 시스템도 G80의 매력 포인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주행보조 시스템, 차로 유지 보조가 적용되는건 동일하다. G80엔 차선 변경 기능이 더해진다. 운전보조 시스템을 작동 중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면 스스로 차선을 변경을 한다.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은 “인식률이 떨어져 답답해 사용빈도가 낮다”고 평가한다.
K9과 G80 시작가는 엇비슷하다. 2.5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G80은 5247만원부터, V6 3.8L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K9은 5437만원부터다. K9이 G80보다 큰 것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능한 수준이다.
K9은 연식변경을 거치며 트림을 간소화 하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옵션을 패키지로 묶었다. 옵션 선택의 자유도를 높인 점 역시 특징이다. G80 역시 원하는 옵션을 모두 선택 할 수 있다.
기아 K9의 최대 약점은 브랜드 가치다. 제네시스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막 첫 발을 내딛은 신생 브랜드지만 기아차는 태생이 대중 브랜드다. 모하비나 스팅어 처럼 별도 앰블럼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기아차 디자인을 깎아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 기아 고유의 앰블럼과 K3부터 이어지는 K9이라는 작명법으론 프미미엄 차별화가 쉽지 않다.
순항 중이던 K9이 G80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과거 부진을 씻고 순조로운 판매고를 올리던 K9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더해 G80 출시로 올해 1만대 돌파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