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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미행·해킹' 前국정원 방첩국장, 징역 1년 '법정구속'

한광범 기자I 2018.08.17 11:15:13

法 "엄히 처벌 안하면 국정원 불법행위 근절 어렵다"
MB정부 비판 민간인 사찰…명진스님·문성근도 표적

국가정보원.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명박정부 시절 해킹과 미행 등을 동원해 정부 비판적인 민간인들에 대한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63) 전 국가정보원 방첩국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순형)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범행이 발생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이를 엄정히 처벌하지 않으면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어려워진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불구속 상태였던 김씨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합리적 근거없이 ‘좌파’로 규정하고 국정원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들의 신상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불법사찰을 했다”며 “여러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들의 사생활 내면까지 사찰했고,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들을 압박하고 실적을 요구하며 범죄 실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엄격한 상명하복이 강요되는 국정원의 조직 특성상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선 “공무원에겐 복종 의무가 없다는 대원칙에 비춰보면 (복종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없다”며 “국정원에서 인사 불이익을 피하고 개인 영달을 위해 상부의 지시를 따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이명박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최종흡·이종명 전 3차장 지시로 ‘특명팀’을 만들어 부하직원들에게 정부 비판적인 민간인에 대해 미행·감시·이메일 해킹 등의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사찰하게 하고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명박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과 ‘100만 민란 운동’을 주도했던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도 사찰하도록 지시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아내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재미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을 미행·감시하도록 했다.

김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혐의를 모두 인정해 구속을 피했다. 그는 지난 5월 기소 후 재판에서도 검찰 증거에 모두 동의하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직권남용’에 대해 법리적으로 “국정원법이 아닌 형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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