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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노코멘트'..고심하는 김동연 후보

최훈길 기자I 2017.05.26 12:31:07

"공약 재원 어떻게? 여러가지 보고 있다"
국정기획위 '강행', 기재부 '난색' 분위기
내달 7일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 주목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예보) 1층.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등장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잇따라 터졌다. 넥타이 없이 백팩(backpack·배낭)을 매고 나타난 김 후보자의 패션은 변하지 않았다. “고생하신다”며 취재진을 챙기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묵직한 현안 관련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취재진들은 김 후보자에게 예산 관련해 잇따라 질문했다. 김 후보자는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로 전액 부담하기로 한 발표’에 대해 묻자 “청문회를 끝나고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전날 기재부가 “국고 전액 부담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깜깜이 예산’ 논란에 휩싸인 특수활동비 예산과 관련해서도 말을 아꼈다.

김 후보자는 언론에 말을 아꼈지만 실제로는 광폭 행보 중이다. 그는 지난 24일부터 예보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일자리 창출, 추가경정예산, 대내외 경제 리스크 등 주제별 토론이 이뤄졌다고 한다. 26일 아침에는 서초동 조달청을 찾아 예산실 직원들을 만났다. 일자리 추경 등 예산을 총괄 검토하는 곳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지난 25일 밤늦게 퇴근했다고 한다. 이날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날이다.

국정기획위는 “기재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확실한 공약인 만큼 갈 것”이라고 강행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재부는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다 재정 부담까지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급기야 기재부는 이날 밤 문자 공지를 통해 누리과정에 대한 국고 전액 부담에 대해 “부처 협의를 거치거나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말을 아꼈다. 다만 면밀히 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 ‘공약 재원 관련해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우려도 살피는지’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를 다 보고 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기재부 2차관 때인 2012년 4월4일 정부 합동 복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여야 정치권의 복지공약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 TF는 무리한 복지공약이 있는지 정부 차원에서 점검하는 조직이었다. 당시 그는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며 “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추가 증세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178조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약을 모두 지키려면 추가 증세나 국내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많다.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이에 김 후보자는 지난 21일 간담회에서 “재정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법인세 증세는 아주 신중히 접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26일 현장에서도 김 후보자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령탑’을 맡을 김 후보자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청문회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청문회는 내달 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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