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SK텔레콤(017670)이 해외사업 투자에 재시동을 걸었다.
미국 힐리오 사업을 접은데 이어 올해 중국 2대 유무선 통신회사인 차이나유니콤 지분 전량(3.8%)을 차이나유니콤에 매각하면서 주춤했던 해외사업에 다시 나선 것이다.
물론 차이나유니콤 지분 투자에서는 약 5000억원 가량의 투자이익을 회수했지만, 당초 중국 진출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SK텔레콤의 말레이시아 진출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글로벌IPE 기술인프라 구축
우선, SK텔레콤은 이번 말레이시아 무선 브로드밴드 1위 사업자인 패킷원에 대한 투자는 정만원 사장이 밀고 있는 산업생산성증대(IPE) 사업을 위한 솔루션의 기술적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차원에서 의미있다.
이머징 마켓에서의 선도적인 무선 네트워크 사업임과 동시에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고객·사업 파트너 등이 향후 IPE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글로벌 통신·IPE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각된다.
또 이러한 전략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말레이시아 브로드밴드 시장은 자체만으로도 매우 매력적이라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2006년 총 인구 기준 보급률 3%, 가입자 76만명에 불과했던 말레이시아 브로드밴드 시장은 급속히 성장해 2009년 보급률 9%, 가입자 260만명으로 확대됐다. SK텔레콤 자체 분석 결과 2012년에는 보급률 20%·가입자 590만명, 2019년에는 보급률 39%·가입자 12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시장 성장 추세를 고려할 때 올해가 시장 진입의 최적기라고 판단, 투자를 결정했다.
사업 환경도 긍정적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적극적으로 브로드밴드 보급에 힘쓰고 있다. 2008년 가구 기준 22.5%에 그치고 있던 보급률을 2010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브로드밴드 가입자 대상 세제 혜택, 공무원 및 대학생 PC구매시 대출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와이맥스칩이 내장된 넷북을 쓰는 고객은 별도의 와이맥스 통신단말 구매나 설치 없이도 전화 가입만으로 와이맥스 이용이 가능해, 향후 와이맥스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 글로벌사업 성공조건
SK텔레콤은 사업 초기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CDMA 기술을 활성화 시키는데 주력하다 보니 글로벌진출이 다소 늦었다. 2000년대 들어 해외지분 투자형태로 나섰지만, 이미 글로벌 통신사들의 인수합병(M&A) 폭풍이 한 차례 지나가면서 매물 가격이 높아졌다. 글로벌 통신사들의 M&A로 적당한 매물도 드문 편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7년 캐나다 지역통신사업자인 사스크텔을 통해 현지 진출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액 대비 예상 수익률이 낮아, 결국 투자검토를 중단하기도 했다. 정만원 사장도 작년 취임초 "해외에서 M&A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지금은 해외통신사 지분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가장 싼 것인지 모른다"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통신산업 특성상 자국 통신사 이외의 해외 통신사에게 문들 잘 열어주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또 글로벌 통신사업은 문화적 코드도 중요하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가 동일 문화권인 유럽과 중남미 등 전 세계 25개국에 진출해 2억6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만 봐도 그렇다.
SK텔레콤은 미국·중국 등 글로벌 시장진출을 추진하다가 이미 수업료를 낸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남아있는 동남아시아·남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조기행 SK텔레콤 GMS CIC 사장은 "앞으로 음성서비스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투자원칙도 없지만, 포화상태인 시장에 들어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면서 "앞으로는 동남아시아와 남미시장이 이머징 마켓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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