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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북극항로 뚫는데 韓은 주저…화주 반발에 대러 제재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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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26.10.18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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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스타 빈손 귀항에…주요 국내선사 참여 미지근
러시아 해역 통항에 대한 美·유럽 제재 리스크 상존
계절적 제약·선박 미확보·화물 수요 부족 등 관건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할 대안으로 북극항로가 주목받고 있지만 정부가 목표한 상업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화주들의 반발, 러시아 관할 해역 통항에 따른 서방의 제재 위험, 낮은 경제성 등 복합적인 이유로 주요 선사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항만 인프라 확충과 운항 지원은 물론 안정적인 화물 수요 확보와 정기 운항체계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203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북극항로 정기 상업운항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첫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팬스타그룹 ‘팬스타 아크로호’ 선박이 유럽에서 수입화물을 확보하지 못한 채 빈 컨테이너를 싣고 귀항하면서 북극항로의 상업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가 시범운항을 추진하더라도 국내 주요 선사들은 화물 확보와 수익성 문제 등을 이유로 참여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11일 항해를 마치고 부산항에 입항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 11일 항해를 마치고 부산항에 입항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화주들의 반대 움직임이다. 북극항로는 부산에서 출발해 베링해협과 러시아 북부의 북극해 연안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운송로다. 기존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보다 운항 거리가 짧아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데다 연료 사용량과 운송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선박에서 배출되는 블랙카본(검댕)이 해빙을 촉진하고 해양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탄소중립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는 글로벌 화주들로서는 북극항로 이용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의류업체 H&M 등 일부 글로벌 화주들은 북극 생태계 훼손과 기후변화 우려를 이유로 북극항로 이용을 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MSC와 CMA CGM 등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 역시 북극해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운송 거리를 단축하더라도 주요 고객사의 환경정책과 충돌할 경우 기존 거래 관계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도 북극항로 상업화의 걸림돌이다. 현재 활용되는 북동항로는 러시아 북부 연안을 통과하는 만큼 러시아 당국과의 운항 협의와 관련 서비스 이용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제재 대상 기관과의 거래나 결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서방 국가와 거래 비중이 높은 해운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중국 해운사들은 북극항로 운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영 해운기업 코스코(COSCO)를 비롯한 중국 해운업계는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와 자국 화물 수요를 바탕으로 북극항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선사 시레전드는 올해 중국과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 계절별 정기 서비스를 개설했으며, 신신해운 등도 운항에 나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선사들은 자국 화물만으로도 상당한 운송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러시아와의 관계도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은 미국의 제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 확보 비용과 계절적 제약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북극항로는 해빙 상태에 따라 주로 여름철 4~5개월에 운항이 집중되며 일반 선박보다 선체를 보강한 내빙선박이 필요하다. 내빙 성능을 갖춘 선박은 건조비가 상대적으로 높고, 해빙 상황에 따라 쇄빙선 지원과 추가 보험료 등 운항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기존 정기항로에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안팎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투입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4000TEU급 안팎의 상대적으로 작은 선박이 투입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달 31일 북극해에 진입해 운항하고 있다. 선박 앞에는 유빙이 보이고 있다.(사진=해양수산부 제공)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달 31일 북극해에 진입해 운항하고 있다. 선박 앞에는 유빙이 보이고 있다.(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정부는 시범운항에 참여한 선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본 운항 지원금 30억원과 최대 10억원의 화물 운송 장려금을 마련했지만, 일회성 지원만으로 안정적인 화물 수요와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스타 아크로호도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화물 737TEU를 운송했지만 귀항 과정에서는 수입화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왕복 운항에는 성공했지만 상업운항에 필수적인 양방향 화물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극지 운항 경험이 적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정기 운항체계 구축과 내빙·쇄빙선 확보, 충분한 화물 수요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글로벌 화주들의 환경 문제 제기와 러시아 관련 서비스 이용의 불확실성, 서방 제재 위험까지 해소해야 민간 선사들의 본격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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