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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 가치, 올 상반기 17조달러 감소…32년만에 최대폭

방성훈 기자I 2022.07.19 11:12:20

美금리인상에 채권가격 하락 …손실·침체 우려로 투자위축
회사채 발행 중단·연기 잇따라…돈빌리기 어려워져
남유럽·신흥국 정부 재정 및 은행 부실위험 확대
"채권금리 1%p 오르면 장기 이자부담 1647조원 늘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채권 가치가 약 17조달러(약 2경 2400조원) 감소했다. 채권 금리(수익률)가 상승(가격 하락)하면서 투자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사진=AFP)


1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세계 채권잔고를 토대로 추계한 결과, 세계 채권 가치는 지난해 말 142조달러에서 올해 6월 말 125조달러로 17조달러 가량 감소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1990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 세계채권 종합지수도 올 상반기 12% 하락했다. 6개월 기준 2008년 5~10월(6% 하락) 이후 최대 규모 낙폭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 금리도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만기 도래 전 매각시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앞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채권 가격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려면 서둘러 팔아치우는 게 유리하다.

이에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의 매도 경향이 강해졌고,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의욕도 저하됐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는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70건 이상의 회사채 발행이 연기 또는 중지됐다. 지난해 상반기 37건의 2배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금리를 올리면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온라인 카지노 업체 888홀딩스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11% 이상의 수익률 제시했음에도 투자 수요는 요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국채의 경우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6월 말 발행한 10년물의 낙찰 수익률은 3.47%로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즈호연구소의 오타 토모유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및 식량과 관련해 가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압박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유럽이나 신흥국은 재정이 악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해당 국가 은행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은 같은 국가 은행들이 주로 사들이는데, 자기자본 감소, 부실 위험 및 이자 부담 확대 등으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 은행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국채 비율은 2010~2014년 12.7%에서 2021년 17.2%로 확대했다. 이러한 경향은 신흥국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며, 심화할 경우 1998년 러시아와 2001~2002년 아르헨티나처럼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대응으로 발행한 국채를 각국 은행이 보유하면서 비중이 늘었다.

닛케이는 “세계 채권 수익률이 평균 1%포인트 상승하면 장기적인 이자 부담이 1조 2500억달러(약 1647조원) 늘어난다”며 “저금리 시절엔 빚을 내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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