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MP는 리 당선인이 젠 추기경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홍콩 경찰이 지난 11일 젠 추기경을 포함해 민주 진영 인사 4명을 체포한 것과 관련된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홍콩 경찰은 당시 조사 결과 네 사람이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의 신탁 관리자로, 외세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해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은 2019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기소를 당하거나 또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단체다. 그동안 2억3400만홍콩달러(약 380억원) 이상을 시위 참여자들을 위해 사용했다. 홍콩 당국이 기부자와 수령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자 지난해 10월 자진 해산했다.
리 당선인은 또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정책을 해석하는 데 있어 차이가 있어선 안 된다”면서 “홍콩국가보안법은 의견 차이를 다루기 위함이 아니라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2020년 6월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세와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 당선인이 젠 추기경 체포를 간접적으로나마 공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CMP는 리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젠 추기경 체포 이후 교황청, 미국, 유럽연합(EU), 인권단체 등이 일제히 우려를 표한 것에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 14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젠 추기경의 체포는 인권 뿐만 아니라 종교적, 정치적 자유에 대한 모욕이라고 홍콩 당국을 비난했다. 팰로시 의장은 젠 추기경을 ’홍콩의 양심‘이라 칭하면서, 홍콩에 자치권을 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약속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민주주의는 폭력과 협박으로 산산조각 났다고 표현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는 팰로시 의장의 기고문에 대해 “내정 간섭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리 당선인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단독 출마해 지난 8일 간선제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리 당선인은 경찰 출신으로, 2019년 보안장관을 지낼 당시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