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한민국은 복지후진국이다?

양지혜 기자I 2021.06.11 13:04:16

대한민국은 복지후진국이다? '대체로 사실'
가장 직관적인 지표 중 하나인 '복지 지출' 살펴보니 OECD 평균 이하
반면 복지후진국 아닌 '복지후발국'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 有

지난 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복지후진국에선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이 가능하다"며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선진국이 맞지만 복지만큼은 양적·질적으로 모두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올해 복지예산이 200조원이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에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아동수당, 무상보육같은 공적부조, 사회복지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나라를 어떻게 복지후진국이라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 외에도 원희룡 제주 지사,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러 여·야권 인사가 이 지사의 정책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논란은 이 지사가 자신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기본소득'을 주장하며 나왔다.

기본소득 정책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이 지사의 발언처럼 '대한민국을 복지후진국으로 볼 수 있는지' 사실을 확인해봤다.

지난 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선진국이 맞지만, 복지만큼은 규모나 질에서 후진국이다"는 글을 올렸다. (출처=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대한민국은 복지후진국이다? → '대체로 사실'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복지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했다. 다만 국내총생산(GDP)대비 복지 관련 지출 비율을 통해 상대적인 복지선진국 및 후진국의 비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 나라가 복지선진국이냐 아니냐를 따질 때 투입, 산출,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우선 투입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지출 수준'이다. 이때 지출수준이란 일반적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 내역을 의미한다. 복지 지출에는 노인 연금 외에도 건강 서비스, 적극적인 노동 시장 프로그램, 실업 정책 등 사회 분야를 포함한다.

최 교수는 "한국의 복지 지출 수준은 2019년 기준 GDP 대비 12%로 이는 OECD 평균(20%)과는 8%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고 답했다. GDP대비 복지지출비용이 가장 많은 나라인 프랑스나 핀란드에 비해서는 거의 20%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최 교수는 "GDP 대비 10%면 우리나라 기준 190조원, 20%면 380조원 정도"라며 "온 국민 기본소득 30만원과 60만원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차이기 때문에 굉장한 차이가 있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경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사회 지출 데이터베이스(Social Expenditure Database)'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공공 사회 지출비율 평균은 약 20%이다.

반면 한국은 GDP 대비 약 15% 미만으로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아일랜드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독일 등은 GDP의 25% 이상을 공공 사회 지원에 투자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공공 사회 지출 OECD 평균은 약 20%이다. 이때 한국은 GDP의 약 15% 미만 정도를 공공 사회 지원에 투자하고 있다. (출처=OECD 홈페이지 갈무리)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복지선진국, 후진국은 학자들에 따라 다소 견해가 다르다”면서도 “이를 구분하는 가장 직관적인 기준은 지출규모”라고 했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을 복지선진국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김 교수의 'OECD 국가의 분야별 정부지출 내역(2018)' 논문에는 각종 정부지출 내역 가운데 OECD 회원국 평균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복지 분야로 나타났다.

국방, 경제, 교육, 행정, 치안 등 다른 부분에서는 한국의 재정 지출 규모가 작지 않았지만 복지 지출은 OECD 평균(21.5%)보다 약 9.9%포인트 낮은 11.6%를 기록했다. 이는 OECD 평균의 54% 수준이다.

김 교수는 “국민들의 복지 욕구 혹은 수요 수준이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작았다고 가정하더라도 OECD 회원국 지출의 절반수준이라는 사실은 단순히 복지욕구나 수요 차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복지 성과·산출' 부분 등 문제 많지만 지출 증가 속도 빠른 편

최 교수는 "산출 부분을 살펴보면 이미 4대보험에 장기요양보험이 있고,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등이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상병수당을 제외하면 선진 복지국가와 유사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복지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보다는) 지출이 낮고, 정책에 약자들이 오히려 빠진 점 등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나 그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기존 복지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긴급 재난지원금에 의존하는 등, 재난에 취약한 자영업·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기존 복지제도에 제외되어 문제였다"고 답했다.

이어 “성과적 차원은 더욱 문제”라며 “낮은 출산율, 높은 노인 자살률 및 빈곤율, 성별임금격차 등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복지성과 지표들도 좋지 못하다"며 "이러한 결과들에 따르면 복지중진국이라 불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우리의 복지지출 증가 수준은 굉장히 빠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빠른 속도를 기록하고 있어 GDP 대비 복지 지출 비율은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조만간 15%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OECD의 사회 지출 데이터베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공공 사회 지출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90년 GDP 대비 공공 사회 지출 비율은 2.6% 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10.1%를 기록했다.



"한국은 복지후진국 아닌 복지후발국"

OECD 평균보다 GDP 대비 복지 지출 비율이 낮다고 단순하게 우리나라를 복지후진국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지사의 복지후진국 언급 자체가 본래의 의미를 비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자신의 SNS를 통해 언급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베너지 교수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것은 전제 자체가 다르다는 게 양 교수 설명이다.

그는 “베너지 교수 등이 주장한 것은 행정능력이 낮은 행정후진국의 경우 기본소득 정책이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행정능력은 서구 유럽국가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를 복지후진국이 아닌 ‘복지후발국’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의 경우 유럽은 약 100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1980~1990년대에 시작했다"며 "OECD 통계 등에서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수준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제도를 늦게 도입하면서 아직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연금을 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나라의 1년 연금은 40조~50조원 정도가 모이지만 지출은 20조원에 불과하다"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고 연금을 받는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 수준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이 아직 OECD 내 다른 국가보다 고령화가 덜 진행된 것 역시 복지 지출이 낮은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연금 등의 복지 지출은 자연스럽게 고령화율과 함께 진행된다.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나라일수록 연금 지출 비율도 높아 공공 사회 지출 비용 전체가 올라간다는 것. 다만 아직 한국은 유럽 등의 국가보다 노인 비율이 적은 편이기에 복지 지출 수준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복지 지출 수준이 적은 것과 별개로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 자체는 매우 좋은 편"이라며 "캐나다·호주 등의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인구가 늘고 연금 제도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2040년 OECD 평균 정도, 2050년 유럽 평균인 25%정도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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