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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백인男, 인종차별 항의시위대에 총격…2명 사망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앤티오크 경찰서는 이날 시위대를 향해 반자동 소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17세 청소년 카일 리튼하우스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리튼하우스는 이날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 3명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피격 당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1명은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리튼하우스에게 1급 살인 혐의를 적용, 기소를 위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리튼하우스를 위스콘신으로 이송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동안 일리노이주 레이크 카운티에 구금한 상태라고 전했다. 앤티오크는 사건이 발생한 커노샤에서 24~32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후 대니얼 미스키니스 커노샤 카운티의 경찰서장은 리튼하우스의 기소 사실을 확인하며 그의 살인은 “무의미한 폭력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가 총격을 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레이크 카운티 법원에 제출된 고소장에 따르면 리튼하우스는 총격 후 기소를 피하기 위해 일리노이주로 도주한 것으로 묘사됐고, 직업은 YMCA 인명구조원으로 기재됐다. 이와 관련, 커노샤 카운티의 데이비드 베스 경찰국장은 “그들은 자경단 같다”며 최근 며칠 동안 무장한 사람들이 밤마다 거리를 순찰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도 리튼하우스가 경찰을 숭배했던 청소년으로 시위가 격화하자 총을 챙겨들고 자경단에 스스로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리튼하우스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항하는 ‘경찰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 운동의 구호를 소셜미디어 곳곳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보수성향 미 인터넷매체 데일리콜러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다치고 있다. 여기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리튼하우스는 인터뷰에서 “누군가 다친다면 난 위험한 곳으로 달려갈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내가 총을 가진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정식 자경단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번 총격 사건은 지난 23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가 자신의 차에 타려다 경찰이 쏜 총에 맞으면서 사흘째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당시 차 안에 블레이크의 어린 아들 3명이 타고 있었던데다 블레이크가 하반신을 못 쓰게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시위는 격화했다. 시위대는 이른 저녁부터 커노샤 법원 인근에서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돌 등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대응했다.
통행금지 시간인 오후 8시를 넘어서면서 대부분의 시위대는 흩어졌지만, 일부는 몇 블록 떨어진 주유소까지 걸어갔다. 이때 재산을 지키겠다며 주유소 앞에 총을 들고 서 있던 한 무리의 남성들과의 말싸움 끝에 총격전이 벌어졌고 사건이 발생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총격사건 이후 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방위군 숫자를 기존 투입됐던 인원의 2배인 500명으로 증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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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법·질서 회복할것” Vs 바이든 “정의실현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시위가 폭력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트위터에 “우리는 미국 거리에서 약탈과 폭력, 그리고 무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나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 법 집행관들과 주 방위군을 위스콘신 커노샤에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희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시위가 격화된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대해서도 “포틀랜드도 이같이 똑같이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의 실현을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흑인 남성 블레이크가 다시 한 번 경찰에 총격을 당한 사실이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나라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블레이크 가족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가졌다며 “나는 그들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썼다.
바이든 후보는 다만 시위가 격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공동체를 불태우는 것은 항의가 아니다. 불필요한 폭력이다.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업체를 파괴하고 폐쇄하는 폭력이다. 그건 잘못됐다”며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미국에선 지난 5월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이후 석달 동안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블레이크 총격 사건은 다시 한 번 시위에 불을 붙였으며 위스콘신주는 물론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디에이고, 포틀랜드 등 미 전역의 주요 도시들로 확대되고 있다. 위스콘신주가 경합주인 만큼 오는 11월 대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