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달리던 말도 멈춘다. 계속 판매량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인공지능(AI)과 공유사업 등 다양한 시장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소형차 감세를 축소하자 기존 차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며 대응책을 마련해 놓겠다는 계산이다.
7일(현지시간) 중국 충칭에서는 중국과 세계 자동차 업체 간부들이 모이는 ‘글로벌 자동차 포럼’ 개막식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장안자동차(長安汽車) 측은 AI 투자에 향후 10년간 210억위안(3조4000억원)을 쏟겠다고 밝혔다. 장안자동차 측은 “사람이 말을 타던 시절처럼 인간과 자동차가 하나로 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장안자동차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2000여 명을 채용하는 등 AI 인재를 모을 계획이다. 또 중국 인터넷 검색 업체인 바이두와도 AI로 제휴해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미 장안자동차는 일본 스즈키와 마쓰다, 미국 포드 등과 합작을 한 바 있다. 지난해 총 306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본격 성장궤도에 올랐다는 평이다. 그러나 향후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I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중국 법인역시 AI 관련 부품을 집중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보쉬 중국 법인은 자동차 부품의 설계에서 생산, 출하까지 모든 공정을 AI로 분석해 생산효율성을 끌어올린 바 있다.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해외’ 진출을 강화한다. 광저우자동차는 현재 중동과 동남아, 동유럽 등 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선진국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2019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판매망 정비와 브랜드 전략 수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내세우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광저우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유럽으로 가는 해상과 육상 통로가 마련되며 수출 편의성이 커질 것이란 게 자동차 업체들의 예상이다.
중국 2위 자동차 업체인 동풍자동차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에 독자적으로 진출한다. 이미 후베이성 우한시와 함께 전기자동차 500대와 승하차 거점 100개를 만들어놓았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 시장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우상향해왔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 역시 2800만대로 8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6%대로 내려온데다 각종 규제까지 강화되며 자동차 판매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2% 줄어든 210만대로 나타났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제조업 촉진을 위해 1.6리터 엔진 차량이나 소형차에는 5%의 구매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올해부터 종료되며 현재 구매세는 7.5%로 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