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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진가 담은 열세 가지 이야기

장서윤 기자I 2012.04.24 16:15:34

헤밍웨이 단편집 출간 `킬리만자로의 눈`
작가 최고의 단편 엄선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3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사진=문학동네)
[이데일리 장서윤 기자]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로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작가로 꼽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강렬한 서정을 담은 언어로 독자들을 사로잡아왔다.

1899년 미국에서 태어나 신문기자로 일하다 1차대전에 참전, 피츠제럴드·포크너와 함께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작가로 주목받아 온 그는 1961년 자살로 생을 마칠 때까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 ‘노인과 바다’(1952)를 비롯한 뛰어난 장편소설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남다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70여편의 단편소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헤밍웨이의 그 단편소설들 가운데 최고의 이야기로 꼽히는 작품을 엄선한 ‘킬리만자로의 눈’(328쪽, 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삶의 한순간을 포착해 시적인 언어로 승화시킨 수작 13편이 실렸다. 이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킬리만자로의 눈’은 한 인간의 공허와 고독을 통한 깨달음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하나, 온 세상처럼 넓고, 크고, 높고,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평평한 꼭대기였다. 그 순간 그는 그곳이 그가 가는 곳임을 알았다”(‘킬리만자로의 눈’ 중에서).

작가 해리는 아프리카 사냥여행 중 부상을 입고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에는 새들이 배회하며 그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를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거의 그 많았던 사랑, 반짝반짝한 순간들을 뒤로 하고 그는 심한 고통과 허무감, 더이상 새로 시작할 수 없다는 허무와 고독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죽음에 개의치 않기로 한 바로 그 순간 그의 눈앞에는 불현듯 새로운 구원의 세계가 펼쳐진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대면하는 고독의 실체에 몰입한 ‘킬리만자로의 눈’은 고통스러운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찾아오는 절대자유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단편집에는 이밖에도 헤밍웨이의 인생관과 작품이 미학적으로 발전해나간 과정을 보여준 ‘닉 애덤스 이야기’, 스페인 시절 경험이 반영된 ‘깨끗하고 불이 환한 곳, 1차대전 당시 적십자사 운전병으로 참전했던 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제 내 몸을 뉘며’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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