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헌수기자]신용카드 문제가 신문·방송의 경제·사회 뉴스로 연일 보도되더니 정부는 결국 23일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습니다. 그동안에도 신용카드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만 정부는 더욱 강경한 자세입니다. 정부의 시각과 논리는 무엇인지 정책팀 김헌수 기자가 파헤쳐봤습니다.
"신용카드는 더 이상 경제문제가 아니고 사회문제로 파급됐다. 따라서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다", "신용카드는 술이나 담배와 마찬가지로 위험성이 높은 제품이다", "그동안 허가제를 통한 진입규제 등으로 카드산업을 지원해 왔는데 그에 걸맞게 영업질서를 지키라는 것이다"
지난 23일 신용카드 종합대책이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되기 전후에 담당 공무원들이 카드 문제에 대해 쏟아낸 말들입니다.
정부나 감독당국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 바로 "사회 문제화된 신용카드"입니다. 신용카드 사용대금이나 현금서비스를 갚기 위해 납치, 강·절도, 심지어는 살인까지 각종 범죄가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같은 인식의 바탕입니다.
한 공무원은 "신용카드는 정상적인 상품이 아니고 매우 위험한 상품이다. 술 담배 총기 마약과 비슷하다. 술 담배를 청소년에게 팔지 못하도록 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신용카드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이 카드빚에 시달려 범죄행각을 벌이거나 거리로 나서는 현실을 부모이자 형·누나인 어른들이 모르는 척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런 일을 막기위해 책임을 가지고 나서는 것은 당연합니다.
신용카드를 뺏고 비밀번호를 알아내면 곧바로 수백만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기만 해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른들조차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이나 20대들이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사회생활을 해 볼 기회조차 잡지 못하게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에 공감은 하면서도 다분히 정서적인 접근이자 해결책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 신용카드로 인해 각종 범죄가 늘었다는 인식은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범죄의 유형별 원인별 연령별 추세분석을 통해 "신용카드 보급이 늘어남으로써 청소년층의 강절도 등 강력범죄가 증가했다"고 결론 내린 연구는 과문한 탓인지 아직 접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신용카드가 보다 손쉽게 소비와 향락으로 유도한다는 점은 성인들도 카드를 발급받은 초기에 경험해 봤을 것입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계층인 청소년과 20대들도 마찬가지 전철을 밟았겠죠. 그렇다고 해서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증가 -> 범죄 증가 ->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 억제"로 가는 것은 너무 도식적이고 단정적인 대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논리로 풀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신용카드 시장이 완전경쟁 내지는 시장원리가 작동되는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업은 수요탄력성이 없고 진입장벽이 있어 완전경쟁이 이뤄지는 말 그대로의 시장이 아니다. 따라서 시장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합니다.
카드사들은 부정발급이나 과도한 경품 제공, 높은 수수료율 등으로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거나 과잉이득을 취하고 있으면서 진입장벽은 유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편의대로 생각하고 말을 바꾼다는 지적도 합니다.
그렇다면 경제논리가 작동되도록 하는 내용이 이번 종합대책이 들어갔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진입장벽을 낮춰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찾도록 하는 것이나 신용카드가 현금서비스용이 아닌 주된 결제용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것 등 정부가 할 수 있거나 해야할 일은 이번 종합대책에는 빠져 있습니다.
오로지 카드사들이 더 조심하고 이용자들은 조금 더 불편해져야만 정상을 찾게 된다는 얘기만 들어있습니다.
이번 종합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7월 이후 신용카드와 관련된 사회문제가 눈에 띄게 진정되지 않으면 아마도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