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현재 진행중인 한국과 외국 기업간 딜(deal)은 많지만 제대로 타결되고 있는 것이 없으며,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측의 지나치게 방어적인(over-protective) 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가 20일자로 보도했다.
FT가 지적한 가장 대표적인 예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하이닉스반도체인수협상. 오랫동안 끌어 왔던 두 업체간 딜은 지난 주말 거의 성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9일 한국 언론에서는 그동안의 낙관론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FT는 꼬집었다. 한국 언론들의 기조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50대 50이라는 쪽으로 변했다는 것.
대우자동차와 제너럴 모터스(GM)의 딜도 있다. 깨졌는가 했던 대우차와 GM의 딜은 다시 입장 차이를 좁힌 것으로 보도됐다. 다음달이면 최종 담판을 짓는다는 것이다.
한국 업체들의 딜을 지켜본 협상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FT는 전한다. "된다는 것이냐, 만다는 것이냐(Will they, won"t they?)"라고.
일부에서는 이런 일련의 상황이 지난 97년 금융위기때 줄줄이 이어졌던 기업 도산의 분위기와 닮아 있다고까지 지적한다. 즉, 당시 기업 사냥꾼들은 한국 기업들에 눈독을 들였지만 결국 딜은 성사되지 않았고, 한국기업의 연쇄 도산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FT는 구조적인 요인과 함께 서양과 동양의 문화 차이가 딜을 성사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진단했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가 AIG나 HSBC, 더치 뱅크, 포드 등으로 하여금 길고 긴 딜을 포기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는 것.
하이닉스와 대우차 등이 경영진이나 주주가 아닌, 은행권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하이닉스의 경우 수많은 채권단이 저마다 회사의 부채와 관련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이들간의 의견조율이 딜 성사 이전에 완료되어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차는 노조와의 문제 또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은행가는 "기득권을 가진 층에서도 여러 다른 의견들이 딜의 성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채권단 스스로가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반대 진영과 합의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서방 외교관은 이처럼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딜을 꼬집어 자신의 정부에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딜에 관련된 어떠한 소식도 믿지 마라. 아무것도 조만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nothing is happen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