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심장치료를 잘 받고 퇴원했는데도 막연한 불안감과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퇴원 후 1개월은 마치 거대한 블랙홀과 같다고 할 정도다. 24시간 나를 지켜주던 의료진은 없는데 내 몸은 여전히 예전 같지 않은 등 ‘의학적 회복’과 ‘생활 회복’ 사이에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디까지 움직여야 안전할지 그 기준을 모르는 게 막막함의 원인이다.
부천세종병원 김세윤 팀장(물리치료팀)은 22일 “심장질환 환자들이 치료 후 막막함을 뚫고 일상이라는 경기장을 나가는 법은 바로 ‘심장 재활’에 해답이 있다”며 “심장 재활의 목표는 2가지다. 움직여도 안전하다는 안심과 나도 예전처럼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인데, 심장 재활이야말로 바로 일상의 시작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장 재활은 심장질환 치료 후 운동 훈련과 생활 습관 변화를 통해 최적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운동처방은 물론, 식이, 복약 관리, 심리상담까지 포함한 통합 치료 프로그램이다.
△ 내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게 영양 식단과 체중 관리를 몸에 익힘 △ 고혈압, 당뇨, 이상 지질혈증 등 위험요인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움 △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심혈관 보호 습관 생활화 등 질병 재발을 막기 위한 2차 예방 과정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심장학회에서는 심장 재활을 가장 높은 권고 등급(Class 1)으로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약물치료만큼 강력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심장 재활에 참여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률과 재입원율을 각각 26%, 18%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심장 재활을 할까 말까가 아닌, 어떻게 내 몸에 맞게 시작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심장치료 후 안전한 범위에서 움직여야
심장치료 후에 환자들이 하는 가장 위험한 착각은 ‘무조건 안정이 보약’이라는 것이다. “가슴을 열었는데, 심장에 기구를 넣었는데, 움직여도 될지, 그러다 심장이 터지는 게 아닐까”하는 공포가 그 배경이 된다. 숨이 조금만 가빠도 예전의 통증이 떠올라 몸을 사리게 되고, 가족도 덩달아 겁을 먹고 환자에게 침대에서 안정을 요구한다.
이런 심리적 위축은 신체활동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고, 심할 때는 걷는 것조차 두려워지는 상황에까지 놓이게 된다. 김 팀장은 “‘아껴야 잘 산다’는 말은 심장에는 통하지 않는다. 심장은 안전한 범위에서 적절히 써야 더 튼튼해진다”며 “진정한 회복은 침대 위가 아니라, 환자의 두 발바닥이 지면에 닿고 있을 때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심장치료 후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움직임을 꺼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심장질환을 앓으면서 심장 기능, 말초 혈관 기능, 말초 골격근 기능, 자율신경 기능 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심장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온몸의 시스템이 에너지를 아껴 쓰는 이른바 ‘저효율 모드’로 굳어졌기에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에너지가 바닥나고 숨이 차게 된다. 김 팀장은 “녹슬고 무너진 전신 조절 능력을 다시 훈련시켜 에너지가 넘치는 ‘고효율 모드’로 되돌리는 과정이 심장 재활”이라고 설명했다.
◇ 심장 재활의 시작, 내 몸에 맞는 ‘기준을 잡자’
심장 재활의 핵심은 ‘내 몸이 안전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일상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조금 더 걷는 수준에 머무르는 게 아닌, 같은 연령대 건강한 사람이 누리는 활동 수준까지 몸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자동차에도 연비가 있듯, 심장에도 연비가 있다. 어떤 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을 측정하는 지표인 ‘대사당량(Metabolic Equivalent, MET)’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가만히 있을 때 소비되는 에너지양이 1METs라 할 때, 느리게 걷기·가벼운 집안일·사무작업은 3METs, 보통 속도 걷기·복식 테니스·골프 3~5METs, 빠른 걷기·천천히 계단 오르기 5~7METs, 조깅·무거운 물건 나르기·중간 속도 계단 오르기·수영 7~9METs, 달리기·줄넘기·무거운 눈 치우기 9METs 이상이다.
심장 연비를 넘어서면 당연히 심장에 무리가 간다. 심장 재활의 시작은 ‘심폐운동부하검사’로 내 심장의 현재 연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기준을 잡는 것이다. 현재 연비를 파악했다면 이후 연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심폐지구력이 1METs 증가할 때마다 사망 위험이 12~13%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 무작정이 아닌 ‘전문가와 함께 계획적 운동’
땀을 뻘뻘 흘려야 운동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심장 재활에서 운동의 목표는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잘 배출할 수 있는지를 키우는 것이다.
심장은 말하지 않는 장기다. 통증이 없어도 위험 신호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운동 중에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이유다. 이 같은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이 확인된다면 운동의 강도, 시간, 활동 범위를 늘려나갈 수 있다.
김 팀장은 “심장 재활에서 운동은 이른바 ‘약’이다. 운동처방, 반응 확인, 조정 등의 단계로 치료 목표를 설정하면 비로소 내 몸에 맞는 보약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은 유산소, 근력, 유연성, 균형 등을 조합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은 강하게가 아닌 가이드라인에 따라 맞게 해야 한다. 일상에서 넘어지지 않고 내 몸을 스스로 지탱할 힘을 갖추기 위해 근력운동도 필수다. 운동이 끝난 후 내 몸이 얼마나 편한 상태로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소아와 성인 심장병 환자 역시 구분 지어 운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연령에 따라 심장이라는 펌프를 쓸 수 있는 구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8세 미만 소아는 급격한 신체 성장과 발달 단계에 놓여 있으므로, 정형화된 저항성 운동보다는 놀이 형태의 유산소 활동을 통해 대근육의 협응력과 신체 균형 감각을 발달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 안전이 먼저 확인된 경우 △ 얼마까지 가능한지 알고 있을 때 △ 자가 모니터링이 가능할 때는 비로소 병원 밖에서도 스스로 운동할 수 있다. 최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부천세종병원은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 역할에 걸맞게 지난 2006년부터 별도 심장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학회에서 인증한 심장재활전문 물리치료사와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으며, 검사부터 상담 및 치료까지 환자 개인 특성에 맞춰 치료 계획을 세우고 최적의 운동을 처방한다.
부천세종병원 김세윤 팀장(물리치료팀)은 “심장에 스텐트를 넣거나 수술을 한 건 끝이 아닌, 치료의 2막이 시작된 것”이라며 “망가진 도로를 포장했다고 해서 낡은 차가 갑자기 쌩쌩 달리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부터 차의 엔진을 길들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심장 재활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치료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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