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블록체인, 당근마켓, AI광고 어쩌나…옛날 방식 '공정위 플랫폼 규제법'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현아 기자I 2021.03.11 11:00:10

①블록체인에서 필요 없는 ‘계약서 작성과 교부 의무’
②전화번호 만으로 가입하는 당근마켓, 이제 주소까지 남겨야
③AI 강국 되자면서…광고 유형 표시까지 법으로?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 플랫폼을 사전에 규율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지요.

이 법들은 코로나19로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혹시 플랫폼들이 소상공인에게 갑질하지 않을까, 소비자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플랫폼에 계약서 작성과 교부 의무를 줬고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개인과 개인간(C2C)거래에도 신원 정보 제공을 의무화했으며 △맞춤형 광고에 표시 의무를 부과해 일반 광고와 구분되게 했습니다.

공정위는 관계자는 “계약서 작성 의무는 아주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개인정보 제공이 아니라 판매자 연락 두절 시 플랫폼에게 구매자에게 판매자 신원 정보를 주도록 한 것에 불과하며, 맞춤형 광고라고 표시만 하면 되니 혁신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플랫폼의 책임성이 더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공정위의 취지는 ‘선의’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왜, 지금, 법률이라는 형식으로, 플랫폼에 대해 전방위 규제를 하려는 가 생각해 보면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권 말기에 공정위뿐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까지 나서 플랫폼 규제권을 자기 부처로 가져오려는 세력 다툼일까요?

정부 부처들의 규제권 쟁탈전을 넘어, 공정위 플랫폼 규제법들은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AI), 공유경제 같은 ‘혁신 키워드’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①블록체인에서는 필요 없는 ‘계약서 작성과 교부 의무’

블록체인을 플랫폼에 직접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앤드어스 박성준 대표이사는 올해 상반기 ㈜디디오넷 및 ㈜씨박스와 공동으로 광고를 보면 보상을 주는 ‘돈광’ 서비스와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오프라인 융합매장 사업, ㈜에이르랩과 고급 스파 및 코스메틱 사업을 준비 중이죠.

이들 서비스의 특징은 ‘플랫폼=갑, 입점 업체=을’의 공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분산원장 기술을 써서 생태계 안에서 모두 평등한 위치를 갖게 되죠.

분산원장이란 한마디로 똑같은 거래 장부를 여러 사용자가 나눠 보관하고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하는 방식이죠. 이 때문에 조작이나 위조의 가능성이 낮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계약서의 의미는 사라집니다. 계약서 작성이나 교부 같은 의무가 필요 없죠.

인터넷 기업들이 계약서 작성 의무를 ‘동태적 플랫폼 시장에 맞지 않는 정형화된 규제’라고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②전화번호 만으로 가입하는 당근마켓, 이제 주소까지 남겨야

지역기반 커뮤니티인 당근마켓은 현재 전화번호 인증으로 가입이 완료됩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이 이뤄지면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을 일단 당근마켓이 보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당근마켓 회원끼리 물건을 사고팔 때 분쟁이 생기면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신상정보를 넘겨줄 수 있죠. 당근마켓이 만약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넘겨주지 않으면 연대 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개인간거래(C2C)에 대해 이처럼 사전에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은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죠.

왜 이런 법을 만들었을까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번개장터나 헬로마켓 등은 이미 하고 있고, 현행법에서도 거래 상대방에게 정보를 열람하도록 하는 의무는 있다. 제품에 하자가 있는 특별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당근마켓은 처음 가입 시 집 주변 몇 km를 지정하는 지역기반 서비스라는 점, 그래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지역기반으로 더 밀접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주고받는다는 점때문에 ‘스토킹’ 범죄에 악용될 확률이 더 큽니다.

플랫폼에 보관하는(그 정도가 설사 암호화된 상태로 보관된다고 해도) 개인정보를 최소화하려는 글로벌 추세와도 맞지 않죠.

현행 약관규제법으로도 소비자분쟁 시 사후규제가 가능한데, 이처럼 개인간거래에까지 사전규제를 강화할만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③AI 강국 되자면서…광고 유형 표시까지 법으로?

지난해 정부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찾겠다며 ‘그린뉴딜’과 함께 ‘디지털 뉴딜’을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똑똑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자는 것이죠. 이를 통해 사회 곳곳의 비효율성을 제거해 사회 전반의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이야깁니다.

맞춤형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마니아에게는 자동차 광고를, IT 마니아에게는 IT 신상품 광고를 보여주면 광고가 스팸이 아니라 정보가 될 수도 있죠.

그런데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서는 맞춤형 광고에 표시 의무를 주고, 소비자에게 일반광고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시 의무만 준 것이고 맞춤형 광고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일반 광고 선택권을 준 것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지금은 맞춤형 광고와 일반 광고가 섞여 있는 플랫폼이 많아 언뜻 보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글 유튜브의 경우 맞춤형 광고가 대부분이고, 데이터와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맞춤형 광고가 많아질 텐데, 법으로 둘을 구분하자는 규제를 지금 도입해야 할까요?

공정위 법안으로 어떤 소비자는 만족할 것이고, 다른 소비자(저 같은 사람)는 표시 자체가 거슬린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와 정보를 구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인정해도, 창의성이 중요한 광고 영역에 맞춤형이냐 아니냐까지 법문에 넣어 규제해야 할 심각한 사건이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법들은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쟁력을 갉아먹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큽니다.

국회 논의와 입법예고 기간 중, 충분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만약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입법을 미루는 용기도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