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로 보냈는데 범인으로 돌아온 삼성'…곤혹스런 檢

조용석 기자I 2017.03.09 10:11:32

檢, 공소장 변경 관련 “아직 할 말 없다” 침묵
상상적 경합 어려워…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 구성 유력
특검팀 논리 받아들이면 대기업 상대 고강도 수사 예상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사진 오른쪽)의 모습. 왼쪽은 부본부장인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초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특수본과 특검팀이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한 최순실(61)씨의 혐의를 달리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본이 삼성에 뇌물죄를 적용한 특검팀의 논리를 따를 경우 대기업에 대한 고강도 수사도 예상된다.

◇ 2기 특수본 첫 브리핑…“아직 말씀드릴 부분 없다”

8일 오후 검찰 특수본의 노승권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최씨 공소장 변경과 관련 “아직 특별하게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며 “검찰이 나서서 하는 게 아니라 법원이 의견을 내는 등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은 특수본이 지난달 28일로 수사기간이 종료된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 처음 열렸다. 2기 특수본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특검팀에 앞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했던 검찰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등과 공모,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받은 혐의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강요죄로 봤다. 직권남용과 강요혐의가 적용되면 돈을 낸 삼성 등 대기업들은 ‘피해자’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특검팀의 판단은 달랐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피해자가 아닌 뇌물공여자가 됐고, 최씨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수수혐의를 적용됐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동일한 행위를 두고 특검팀과 검찰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 셈이다.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한 특검팀의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리면 공소장을 변경해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제3자 뇌물죄와 직권남용·강요를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여러 개의 범죄를 구성) 관계로 짜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또 제3자 뇌물죄를 주위적 공소사실, 직권남용·강요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구성, 둘 중에 하나가 인정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할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제3자 뇌물죄와 직권남용·강요죄를 상상적 경합 관계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둘 중 하나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소리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뇌물죄와 강요죄를 상상적 경합 관계로 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다”며 “검찰이 특검팀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로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스스로의 수사결과를 번복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특검팀이 수사한 내용이 공개된 상황이라 검찰이 마냥 버티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뇌물죄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느냐는 질문에 “당시에는 그렇게 결론을 냈을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박영수 특별검사(사진 = 이데일리 DB)
◇ 檢 공소장 변경 여부에 SK·CJ·롯데 등 대기업 촉각

만약 특수본이 특검팀의 판단에 따라 대기업의 재단 출연금을 제3자 뇌물죄로 판단할 경우, 대기업 수사의 흐름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특수본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삼성을 포함한 53개 기업을 모두 피해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 절차를 밟게 되면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도 제3자 뇌물죄 선상에 올려놓고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가장 긴장한 기업은 특검팀이 수차례 수사에 필요성을 강조했던 SK·CJ·롯데 등이다. 특검팀은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주요이유로 삼성과 함께 대가성 의혹이 불거진 이들 기업을 수사해야 한다는 명분을 들었다.

SK는 최태원(57) 회장, CJ는 이재현(57) 회장의 사면 청탁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롯데는 2015년 하반기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탈락했으나 신동빈(62)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독대한 뒤 신규 특허를 받아 대가성 논란이 불거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검팀이 이미 수차례 언급한 부분이기에 검찰이 그냥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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