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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다국적 생활용품 회사인 유니레버를 인수하려다 퇴짜를 맞은지 하루만에 파파이스라는 대형 패스트푸드업체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브라질 사모펀드(PEF) 운용사 3G캐피탈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3G캐피탈은 또다시 새로운 인수대상을 물색하면서 또 한 번의 메가딜을 통해 제국의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식품업계 M&A의 큰손
3G캐피탈은 식품업계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기간 동안 굵직굵직한 M&A를 성공시킨 3G캐피탈은 식품업계 ‘큰손’으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 2008년 자신이 최대 지분을 가진 브라질 맥주회사 인베브와 벨기에의 인터브루를 합병한 데 이어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미국 안호이저 부시까지 인수해 세계 최대 맥주회사를 탄생시켰다. 그러더니 2010년엔 패스트푸드 체인인 버거킹을 사들였고 3년 뒤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초고경영자(CEO)와 손을 잡더니 23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하며 케첩으로 잘 알려진 식료품 제조업체 H.J.하인즈를 샀다. 그리고 한 해 뒤에는 캐나다 최대 인기인 도넛 체인 팀 호튼스를 인수해 버거킹과 합병했다. 3G캐피탈의 식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5년에는 치즈로 잘 알려진 미국 대표 유제품업체인 크래프트를 사들여 하인즈와 합쳤다.
하지만 3G캐피탈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덩치를 더 키우려고 하고 있다. 이번 유니레버 인수 시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3G캐피탈은 생활용품 분야로도 영토를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이 분야에서는 시가총액이 모두 1500억달러 미만인 콜게이트팜올리브와 킴벌리클락, 클로락스가 인수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식품업계 후보로는 시총이 180억달러에서 350억달러 사이인 미국 제과업체인 몬델레즈와 시리얼 회사인 제너럴밀스와 켈로그, 캠벨수프가 거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너럴 밀스가 가장 현실적인 목표물이라고 전했다.
◇버핏과 투자원칙 공유
사실 3G캐피탈은 크래프트하인즈 M&A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2015년 버핏이 직접 나서 3G캐피탈의 전략과 M&A 수행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이후에도 함께 기업 인수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히면서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두 회사인 리더들간에도 인간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3G의 설립자이자 브라질 최고 부자 호르헤 파울로 레만과 버핏은 오랜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은 레만이 면도기 제조업체 질레트의 이사로 일할 당시인 1990년대 처음 만나 활발히 교류해왔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3G캐피탈과 버핏은 서로의 투자원칙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쪽 다 글로벌시장에서 꾸준히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저평가되기를 기다려 인수하고 장기 보유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다만 버크셔와 3G캐피탈이 다른 점은 3G캐피탈이 인수한 기업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한다는 점이다. 인수 이후 CEO를 갈아치우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하인즈가 그 대표적 케이스다. 그러나 하인즈의 경우 두 회사가 공동으로 인수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일각에서는 명예를 중시하는 버핏을 대신해 레만 CEO가 손에 피를 묻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몬델레즈 인수라는 메가딜
크래프트하인즈에 발을 걸치고 있는 투자자는 또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윌리엄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탈매니지먼트 설립자는 몬델레즈 지분을 5.6%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크래프트에서 크래프트푸즈그룹을 분사해 몬델레즈로 이름을 바꿨으나 재결합을 통해 크래프트 왕국을 다시 건설하고 싶어한다.
3G캐피탈은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1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M&A펀드를 출범시켰으며 추가로 5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헤지펀드가 최대 4배까지 차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실탄은 최대 600억달러(원화 약 68조7960억원)가 될 수 있다. 몬델레즈는 시가총액이 65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인수가 성사될 경우 근래 보기 드문 초대형 M&A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