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수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외국인 노동자 정책과 관련, "점차 우리 이민법을 완화해서 한국에 와 오래 노동한 사람들이 한국 국민으로 함께 어려울 살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느냐, 그래서 우리 이민정책을 새로 다듬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청원군 현도면 달계리에서 녹화된 KBS의 '러브 인 코리아' 프로그램의 '여성 결혼 이민자 가정방문 및 현도면 주민 한마당'에 참석한 자리에서 "합법은 아니고 불법인데, 불법이지만 또 돌봐줘야 되고, 이런 아주 어려운 것이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농촌의 여성 결혼 이민자 가족의 생활상을 둘러본 뒤, "같이 사는 방법을 지금부터 함께 배우고 있다. 저의 생각에 우리가 법과 제도를 먼저 만들어서 같이 사는 방법을 열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결혼하는 쪽에서 같이 사는 방법을 먼저 열어가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잘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국적정책에 상당히 자신감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 국민도 앞으로 눈, 머리카락,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과도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도 그렇게 추진해 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세계화 하는 것은 우리 휴대전화 팔아먹는 시장이 전 세계에 걸쳐 있다는 한 가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앞으로는 생각하는 방식과 문화,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점점 서로 교류하고, 합쳐져간다는 것을 말하고, 그 가운데는 사람의 피가 섞여나가는 것도 포함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아울러 결혼 이민자의 우리나라 농촌 적응에 대한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개선해 나가겠다는 뜻도 전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와서 말이 잘 안통하고 생활이 불편이 많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아주 빠르게 좋아질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마음을 한번 열기 시작하면 아주 빨리 받아들인다. 손님을 아주 존중하는 그런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약자를 위한 정부 역할론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한국 사회도 너무 빨리 발전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빨리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많이 있는데, 그 차이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국가가 시정하는, 교정하는 역할이 좀 떨어진다"며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뒤떨어진 사람들을 도와서 선두와 후미, 뒤쳐진 사람들 사이에 좁혀나가는 이런 국가적 기능이 그 동안에는 조금 등안시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 점을 시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격차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 방법과 관련, "세금을 더 안내게 하려고 하는데 세금을 안내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그 다음 것은 우리가 국민들과 다시 의논해 봐야 알겠습니다만 어떻게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이에 앞서 필리핀 여성 결혼자로 94세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올해 어버이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효행상을 받는 에미레(38)씨의 가정을 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가슴이 찡하다. 감동적이다. 효도를 한국 사람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에미레씨가 하는 것을 보고 사람 사는 이치가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농촌의 주택정책에 좀더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