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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구하려 했나…영양군 이장 가족 '참변'

김혜선 기자I 2025.03.26 09:36:40

경북 영양군에 번진 산불로 주민 5명 사망
산불 덮친 마을로 다시 향한 삼의리 이장 가족
삼의계곡서 차량 전복, 전소된 채 발견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이장 내외가 산불이 덮친 마을 속 고립된 주민을 구하려다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에 전날 발생한 산불에 불탄 차량이 보존돼 있다. 이 차량 인근에서 산불 대피하다 숨진 3명이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영양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쯤부터 산불로 인해 석보면 화매리와 삼의리 등 마을에서 무선 통신이 두절되기 시작했다.

이에 화매리 이장은 마을 내 46가구 주민 개별 휴대전화에 안내용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스마트 방송’으로 “빨리 집에서 나와 석보초등학교로 대피하라”며 “동네 전 지역에 불이 붙어서 금방 집에 불이 붙는다”고 안내했다.

같은 시각 삼의리 이장은 화매리에 사는 처남댁을 대피시키기 위해 화매리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삼의리 이장 내외는 처남댁을 구해 차에 태우고, 산불 대피장소인 석보초등학교와는 정반대 방향인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 이들은 이미 화마가 덮친 화매리와 삼의리를 잇는 917번 도로를 달렸다.

이후 삼의리 이장 내외와 처남댁은 그날 밤 8시쯤 도로 옆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탄 차량은 멀리 않은 곳에 전소된 채 발견됐다.

대피장소와 정 반대로 달린 삼의리 이장 가족의 행보에 주민들은 “혹시 모를 고립 주민을 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다. 석보면사무소 한 관계자는 “삼의리 주민도 대피시키려고 돌아가던 중에 그렇게 된 거 같다”라며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하니 직접 마을을 돌려고 하신 거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째 이어지며 인근 도시로 확산된 가운데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16명으로 늘었다. 이날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안동 2명, 청송 3명, 영양 5명, 영덕 6명으로 모두 16명으로 집계됐다. 영양군 사망자 5명 중 3명이 삼의리 이장 가족이다.

산림당국은 산불 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좀처럼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의성 산불 진화율은 전날 오후 8시 기준 68%로 산불영향구역은 1만5185㏊다. 산림당국은 밤새 돌풍이 불어 일시적으로 진화인력이 철수하면서 진화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부터 헬기와 인력, 장비 등을 대거 투입해 진화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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