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 10시 38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한 30대 남성은 “더 세게 불라”는 경찰의 요구에 음주측정기를 다시 불었다. “얼마나 마시셨어요”라고 묻는 경찰에 그는 “1시간 30분쯤 전 칵테일 2잔을 마신 게 전부”라고 했지만 이 남성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42%에 달했다. 100일간 면허 정지(0.03~0.08%)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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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4일 밤 10시부터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신사역 일대에서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벌였다. 순찰차 3대에 나눠 탄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6명은 순찰차를 세워두고 ‘음주운전 단속중’이라는 팻말을 설치 후 음주단속에 나섰다. 압구정 대로를 달리는 일반 차량과 택시는 물론, 고급 외제차와 매끈한 ‘테슬라’ 차량부터 오토바이, 전동 킥보드 등도 모두 단속 대상이다. 골목마다 고급 술집과 음식점, 주차장이 많은 압구정 일대인 만큼 경찰은 골목을 오가는 차량에도 눈길을 떼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음주단속은 기존의 ‘입을 대고 부는 측정기’ 대신 먼저 ‘음주 감지기’를 이용한다. 음주 감지기에서 1차적으로 반응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기존 측정기를 사용해 정확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재는 방식이다. 감지기는 입을 대지 않고, 운전석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후~’ 부는 것만으로도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한 경찰은 “입을 대지 않아도 되니 시민들은 물론이고 기기를 관리하는 경찰들도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단속 후 100여대의 차량을 보낸 10시 38분쯤, 검은색 BMW 한 대가 경찰들의 눈에 포착됐다. 이 차량은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 앞 골목길 주차장에서 주차를 위해 움직이던 중 단속 대상이 됐다. “칵테일 2잔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운전자인 30대 남성의 옆에는 젊은 여성이 함께 타고 있었다. 경찰은 정확한 측정을 위해 생수를 제공했고 “그대로 마시거나 헹궈서 잔여물을 없애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경찰으로부터 물을 받아 마시고, 측정에 응했다. 만약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추가로 채혈 검사를 할 수 있다.
‘삐’ 소리와 함께 혈중 알코올 농도 0.042%라는 결과를 확인한 남성은 “채혈은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체념한 듯 말한 뒤 현장에서 경찰 조서를 썼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차를 주차장에 대고 귀가하시거나,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하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동승자 역시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 “연말연시 늘어나는 음주운전, 절대 해선 안돼”
이후 밤 11시 6분쯤, 신사파출소 앞에서 검은색 랜드로버 차량이 잡혔다. 운전자인 30대 여성은 동승자 없이 뒷좌석에 반려견을 태우고 있었다. 흰색 털코트 차림이던 이 여성은 경찰과 취재진이 밖에 서 있는 것을 보자 옷을 끌어올려 얼굴을 전부 가렸다. 경찰은 “풍선 부는 것처럼 한 번에 길게 불면 된다”고 안내했고, 3번의 시도 끝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63%로 나왔다. 최소 소주 1병을 마신 수준으로, ‘면허 취소’에 해당한다.
경찰은 약 1시간 30분에 걸쳐 250여대의 차량 단속을 실시했다. 수요일인 만큼 차량 자체가 많지 않았지만 통상 모임과 약속이 많은 연말연시는 음주운전이 많은 시기로 꼽힌다. 김길선 강남경찰서 교통외근 4팀장(경감)은 “연말연시나 주말에는 평소보다 음주운전자를 20~30% 더 많이 적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상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음주운전 사고는 감소세지만, 전체 8만6700여건의 사고 중 금요일 밤 10시~자정 사이에서 발생한 사고가 3040건에 달해 가장 많았다. 여기에 운전 경력이 짧은 2030 운전자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는 비중은 43.7%에 달했으며 사망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은 만큼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공단 역시 “연말연시는 음주운전 유혹에 빠지기 쉬운 시기인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지속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거듭 경고했다. 김 경감은 “음주운전은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로,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