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사고 발생한 반지하 주택 근처 `반지하 물건`
임대인 제공 정보 선택적, 임차인 의사결정 신중 필요
사유재산 행사라서 서울시 반지하 없애는 정책 무색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서울 반지하 주거지 일대는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반지하` 물건이 거래되고 있다. 침수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반지하 근처에도 마찬가지다. 사유 재산을 자유로이 활용하는 와중에 서울시와 정부가 추진하는 반지하 거주자 이주 계획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관건이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 주택 안에서 창문으로 바라본 바깥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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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동산 중개거래 사이트를 보면, 이달 8일 이후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서울 강남·관악·동작·서초 등 구 일대에서는 여전히 반지하 전·월세 물건이 거래 중이다. 지역마다 임대 조건은 다르지만, 적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안팎(관악구)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이 눈에 띈다.
개중에 일부 물건은 수해 피해가 일어난 이후 등장했다. 이날 현재, 일가족 3명이 변을 당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인근에 반지하 물건이 올라와 있다. 침수 피해를 본 동작구 성대시장 인근, 강남역과 서초역 일대에도 사고 이후 시장에 나온 반지하 물건이 상당하다.
물론 부동산 물건은 상태가 달라서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건물 관리인이 침수를 예방하는지, 차수 시설이 갖춰져 있는지, 반지하 구조가 어떠한지에 따라 피해 여부와 정도는 차이가 난다. 다만 침수 피해를 좌우하는 위치라는 변수만 두고 보면 수해에 취약한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15일 서울 시내 한 반지하 주택 방범창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빗물받이가 끼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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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당 물건 설명만 봐서는 일대가 침수 피해를 겪었는지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해가 발생한 이후 설명을 보충하거나, 새로 올라온 물건에도 언급은 안 돼 있다. 임차인은 임대인 측에서 제공한 선택적 물건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침수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고 재산상 피해로 이어지기에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대상이다.
최근 서울시와 정부가 의도하는 바와도 무색한 흐름이다. 시는 지하층(반지하) 주택을 없애나가고자 신축에는 반지하를 거주용으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반지하 거주자에게 이주 지원비 월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도 큰 틀에서 이런 방향이 담긴 정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인이 사유 재산을 자유로이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가 관건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반지하를 주거지로 임차하려고 한다면 일대가 침수 피해를 겪은 사실이 있는지 여러 중개사무소를 통해 확인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