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SK브로드밴드 현장조사..헬로비전 인수 관련 이례적

[이데일리 김현아 김유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브로드밴드 사무실을 찾아 SK텔레콤이 지난 1일 신청한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신청서에 대해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함에 있어 해당 회사를 찾아 현장조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1위의 이동통신사업자와 국내 1위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간의 혈맹을 심사함에 있어 엄정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SK, 하나로 인수 때는 안 했는데

SK텔레콤(017670)은 11월 2일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통신·방송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CJ오쇼핑이 가진 헬로비전 지분(53.9%) 중 일단 30%의 지분만 5천 억 주고 사기로 했다. 잔여지분(23.9%)은 쿨·풋 옵션 행사를 통해 나중에 인수하기로 했다.

또 내년 4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콜옵션 행사 기간은 3년이 지난이후부터 5년 미만까지로 했다. SK텔레콤은 3년에 걸쳐 1조원(2019년 4월 이후)으로 헬로비전을 사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같은 딜이 종료되려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 심사뿐 아니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SK텔레콤은 주식취득 단계에서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른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병 단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기업결합 심사기준에 따른 심사(특수관계인에 해당해 사실여부만 간이 심사)를 받는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 기업결합과에서 했다. 그런데 SK텔레콤이 2008년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을 때에는 현장조사를 받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로 인수때에는 공정위 전체 회의 심판정에서 한 차례 청문을 했을 뿐이다”라면서 “청문에는 SK사람들과 경쟁사업자, 교수, 공정위 상임위원들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하면서 현장조사까지 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SK관계자는 “우리가 제출한 서류의 분량이 많아서 직접 공정위가 오셔서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는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공정위 ‘시장획정’이 최대 고민…통신, 방송, 결합 시장 봐야

SK의 헬로비전 인수합병에서 공정위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 문제다. 둘의 결합으로 상품시장은 어찌되는지, 지리적 시장 구분은 어떻게 할지가 관심인 것이다.

양사가 하는 초고속인터넷은 유선통신, CJ헬로비전이 하는 알뜰폰은 이동통신, IPTV와 케이블TV는 유료방송이어서 각각의 시장에 대해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또한 결합상품(이동통신+유선통신+유료방송)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살펴봐야 한다. 이번 빅딜 심사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경쟁 구도도 감안해야 하는지도 이슈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결합 과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정책적인 측면은 미래부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저희는 SK텔레콤이 헬로비전을 인수함으로 인해 경쟁제한이 어떤지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결합 심사가 들어오면 상품시장과 지리적 시장을 획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시장의 트렌드나 해외 사례도 면밀히 볼 생각이며, KT나 유플러스 같은 이해관계자 의견도 듣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선 과장은 공정위는 현재의 경쟁상황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이번 딜로 발생하는 경쟁상황 변화에 초점을 맞춰 심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공정위는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합병 때 정보통신부와 별도로 인가 조건을 부여한 바 있다. 당시 인가 조건은 2001년 6월까지 점유율 50% 미만 조건과 SK텔레텍 단말기 120만 대 제한 조건 등이었다.

▲현행 방송법·IPTV법 상의 유료방송 소유겸영 규제. 현행 방송법령에 따르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인수와 IPTV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은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