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망할 뻔한 위기가 다섯 번 있었죠. SK가 재생 잉크 카트리지를 20억원 어치 구매해 준다니 정말 큰 도움이 돼요." 장애인 기업 동천의 성선경 대표는 `행복나래`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나래는 SK(003600)그룹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하던 MRO코리아가 사명변경과 함께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것. 스스로도 사회적기업이나, 다른 소규모 사회적기업들이 만든 제품을 시장에 유통시켜 주는 게 주요 임무다.
성 대표가 만든 동천은 모자와 잉크 카트리지 등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그는 "발달장애인 특수학교를 운영하다보니 졸업후 일자리가 없어 노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너무 안타까워 회사를 만들어 제품을 내놓았지만 판로개척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640여개 사회적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10억원 안팎. 3년간의 정부 인건비 지원이 끊어지면 망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불량품 없는 제품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팔기는 더 힘들다.
이들에게 행복나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사회적기업 우선구매액을 올해 70억원에서 2013년 100억원, 2015년 190억원으로 높여가기로 한 것이다. 사회적기업 지원센터도 만들어 회계와 마케팅 프로그램, IT 등 경영시스템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행복나래에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간 수익금의 3분의 2이상을 사회적 목적에 쓰려면 돈도 잘 벌어야 하는데,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면서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아이마켓코리아나 서브원과 비교하면 걱정도 된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해 말 인터파크가 삼성 지분을 인수해 온·오프라인 유통분야에서 시너지가 기대되고, 서브원은 중소·중견기업과는 거래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LG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조영복 부산대 경영대 교수(사회적기업연구원 원장)는 "SK는 다른 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을 키운 경험이 많아 잘 해 내리라 본다"면서 "행복나래는 국내 최초의 사회적기업을 위한 사회적기업, 유통분야 첫 사회적기업이라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SK,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MRO 계열사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뒤 대기업들은 경영에서 손을 떼거나 중소기업과 경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행복나래는 SK 계열사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대·중소기업 상생에 힘쓴데다 영세한 사회적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란 의의를 더하고 있다. 행복나래가 초심을 유지해 사회적기업을 알리고 키우는 즐거운 실험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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