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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재건축 묻지마 급등세..`미니버블` 우려

박성호 기자I 2009.04.09 15:21:53

개포주공1차 전고점 접근
경기회복 기대감 선반영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자들이 추격매수를 시작하면서 강남권 일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올 들어 매수자와 매도자간 치열한 `눈치보기`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최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재건축 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개포주공 최고점 대비 92%까지 회복

9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규제완화의 수혜단지로 예상되는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값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43㎡는 지난 8일 7억5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16일께 6억6000만원 정도에 거래됐던 물건이다. 최고점이었던 작년 2월 8억1000만원의 92% 수준까지 가격이 회복된 셈이다.

58㎡의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달 19일께 10억2000만원에 계약이 됐지만 지난 2일 11억8000만원에 팔렸다. 최고점(13억7500만원)을 기록했던 작년 1월의 86% 수준이다. 개포주공2단지도 마찬가지. 71㎡는 최근 12억6500만원에 팔렸다. 1주일만에 3000만원 오른 것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한달 새 최고 9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잠실 제2롯데월드 허용 방침이 발표된 지난달 말께 급등한 이후로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한 주 사이에도 1000만~2000만원 정도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아파트 119㎡형은 지난달 16일께 12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13억3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 강남권 재건축..왜 오르나?

가장 큰 이유는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투기지역해제 입장을 거듭 확인하자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투기지역해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로 시장이 북적이고 있는 상황이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데다 용적률 완화, 양도세 중과 폐지, 투기지역해제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최근 3주 동안 60건 이상이 거래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개선되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감이 사람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과 주가 상승 그리고 경기 회복 신호에 대해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자 매도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도 추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매수자들이 자신의 희망 가격이 아니면 계약에 나서지 않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가격 차가 적은 경우라면 협의를 통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도 "최근 상승은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혹시 `바닥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투자를 서두르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상 과열.."신중하게 접근해야"

이런 현상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미니 버블`로 규정짓고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시장 불안요소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경우 여전히 강남을 제외한 전국 집값은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는 나아진 것이 없는데 강남 재건축 집값만 오르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단기적으로 너무 많은 호재가 있어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2분기 경제지표가 안좋아지면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도 "집값이 한 나라 경제 상황을 무시하고 비정상적으로 오른다면 정상이 아니다"라며 "2분기 경제 관련 지표가 발표된 이후에나 투자를 결정해야지 지금은 너무 조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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