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의 축구보기]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을 기대하는 이유

김삼우 기자I 2007.06.27 15:35:33
[이데일리 김호 칼럼니스트]  제 16회 세계선수권 대회(6월 30일~7월22일, 캐나다)에 출전하는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캐나다로 떠나기 전까지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으나 필자는 남다른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대표팀이 평소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방향으로 구성됐기 때문이었다.

먼저 주목한 것은 23명의 선수 가운데 프로 선수가 15명이나 된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이청용(이상 FC 서울) 신영록(수원 삼성) 등은 중, 고교 시절 프로에 뛰어들어 기량을 닦은 유망주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프로에서 벌써 주전을 꿰차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대학 소속 선수들의 역량을 낮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들처럼 어릴 때부터 프로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뤄야 한다는 게 지도자 생활 초기에 다진 생각이었다.

이는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제 2회 세계청소년 선수권 본선을 직접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됐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이 대회에 필자는 김찬기 감독, 임창수 코치를 보좌하는 트레이너로 대회에 참가했다.

이때 대표팀은 최순호, 정용환 이태호 등 이후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쟁쟁한 멤버들로 구성됐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본선에 처음 참가한 대회였지만 상위권 입상을 기대 했을만큼 자원이 좋았다. 선수들은 잘 싸웠다. 캐나다를 제쳤고 골득실차로 아쉽게 결선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대회를 통해 절감한 게 있었다. 선수들을 어릴 때부터 프로에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유럽 남미 등 소위 세계 축구를 이끄는 양대 대륙에서 출전한 국가의 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 소속이었다.

1979년은 한국에 프로축구가 태동하기 전이다. 대표 선수들은 대학 소속이 주류를 이뤘다. 이들과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외국 선수들은 차이가 있었다. 개인기량은 물론 경기 운영 능력, 집중력 등이 달랐다. 매주 정기적으로 경기에 나서 경험을 쌓고 기량을 연마하는 프로와, 드문 드문 있는 대회에 맞춰 훈련하고 경기하는 학원 축구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프로에서, 특히 수원 삼성 사령탑을 맡으면서 어린 선수 발굴에 공을 들인 이유도 당시 기억 때문이었다. 김두현 등이 이때 찾아 키운 선수들이다. 전지훈련을 가도 이들에게 가능하면 출장 기회를 많이 주면서 경험을 쌓도록 했고 이를 토대로 쑥쑥 커가는 모습을 볼때면 뿌듯했다.

현 대표팀에 속해 있는 신영록도 수원 감독 시절 발탁한 유망주다. 세일중을 중퇴하고 2003년 수원에 입단했는데 영양 공급과 선수 관리 시스템이 달라서인지 신체적으로는 물론 기술적인 성장이 빨랐다. 또래의 고교 선수들끼리 겨루면 월등하게 뛰어났다. 프로에서 보고 배운 게 많았기 때문이다.

신영록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어느 대회 때보다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바탕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는 다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전에는 프로 경험에서 밀리는 유럽과 남미 선수들에게 위축돼 가진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대부분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실전을 통해 많은 것을 익히고 경험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유럽과 남미 어느 팀과도 붙어도 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이 83년 멕시코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전 수원 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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