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명 피해에 막대한 재산 손실까지 이번 극한 폭우의 상처가 몹시 크다. 닷새간 비로 경남과 경기 일부에서는 특히 끔찍한 상흔이 남았다. 이런 처참한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극한 홍수와 가뭄에 항구적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 반복되는 자연재해에도 제대로 대비를 못 한 채 선진국이라고 하기 어렵다.
기록적인 이번 폭우에도 4대강의 보(洑) 주변 지역은 피해가 비교적 적었거나 거의 없었다. 금강과 낙동강 지천이 범람했고, 일부 지천에는 홍수주의보까지 발령났지만 곳곳의 보가 홍수조절 기능을 해낸 셈이다. 낙동강 양쪽 고령과 달성을 잇는 강정보와 달성보가 대표적이다. 당진천 도당천이 범람한 금강의 보 역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기능은 사실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보 해체론에 매달리고 있다. 현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내걸고 사실상 기존의 보 해체 주장을 수용하면서 계속된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크게 대두되자 이런 주장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보 해체론자들은 수자원을 확보하면서 강의 수량과 흐름을 조절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집중 폭우에서 나타난 순기능도 굳이 외면하려 든다. ‘과학’을 외치면서도 과연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합리적 이성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대강 수원 관리 차원의 보 문제는 극심한 한발과도 연계해서 봐야 한다. 가뭄 역시 폭우만큼 우리에겐 잦은 자연재해다. 지금은 물난리지만 한 해 봄에만 비가 오지 않아도 농사는커녕 마실 물도 말라버렸다고 곳곳에서 난리가 나는 게 한국의 부실한 수자원 현실이다. 4대강의 수질도 꾸준히 관리해나가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이 있고서야 다룰 과제다. 더구나 농업용수를 비롯해 경제 발전에 맞춰 공업용수 생활용수 등 물 사용량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 서울 수도권에 가뭄과 홍수 걱정 없이 2500만 명이 몰려 살 수 있는 것도 남·북한강에 촘촘히 세운 다목적 댐 덕분이다. ‘무조건 해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낸 채 접근하면 안 된다. 수자원 관리, 치수에까지 어리는 정치와 이념을 경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