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종로구 소재 참여연대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설명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책에 한계점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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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는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이 사회자를 맡고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임재만 세종대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김남근 변호사(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가 참석해 깡통전세의 현황과 원인,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정부 대책의 문제점 등에 대해 발표했다.
◇정부 여당의 대책 ‘만시지탄’…“미비점 많아 보완해야”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날 △임차 주택 낙찰자 우선매수권 부여 △임차 주택 낙찰 관련 세금 감면 △낙찰 여력 부족시 장기 저리 융자 지원 △임대 거주를 원할 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을 주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전세사기를 대규모 재산범죄로 가중 처벌하기 위해 특정경제범죄법(특경법) 개정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뒤늦게라도 시민사회가 요구한 부분을 일부 받아들이긴 했지만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이 시기를 놓쳐 안타까운 점이 많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표현하면서 미비점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경매 중단과 피해구제 대책으로 방향을 잡은 바람직하지만 실사구시(實事求是·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의 태도로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단 제언도 덧붙였다.
대책위는 피해 입은 국민들을 위해 대책 마련에 몰두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피해자들을 포퓰리즘과 혈세 낭비 프레임 안에 가두려 한다고 비판했다. 당정은 전날 특별법 제정을 발표하면서 국가 예산으로 피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이고 무책임한 생각”이라고 표현했는데, 대책위 측은 피해자들이 국가 예산으로 보증금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한 바도 없으며 혈세가 낭비 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제정 투입 이후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경매가 진행되는 주택에 한정된 것이지만 그 비율은 10% 정도 밖에 안되고 대부분의 깡통주택은 세금으로 우선 떼어가는 구조라 개별적으로는 경매를 진행하기도 어렵고 500~600세대가 묶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국회에 제출된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안의 핵심은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임대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임차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보증금을 일부라도 돌려주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강제경매의 불안에서 벗어나게 한 후(선구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LH 등 공공이 이후 경매과정에 참여해 보증금을 회수하도록 하는 것(후회수)”이라면서 “캠코가 나서서 한다면 1~2년 안에 해결하고 이후 투입됐던 자금을 충분히 회수 할 수 있으니 보증금채권매입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혈세 낭비’, ‘표퓰리즘’ 왜곡하고 정쟁…약자들 싸움붙이나
정부가 뒤늦게 입장을 바꿔 추진하겠다고 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의 매입 역시 기존의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책정된 5조5000억원의 예산 내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라 턱없이 부족하고, 공공임대를 원하는 다른 수요자들의 기회를 박탈해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교수는 “정부는 이미 편성된 매입임대 주택 예산을 투입해 경매 들어간 주택을 우선 매수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 예산은 평년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이며 이미 전년에 비해 3조원이나 삭감된 수준이라 최소한 이정도라도 복원해야 한다”면서 “국회에 올라온 특별법 공공 매입 방안은 기존 예산이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서라도 필요한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전세사기, 깡통주택 피해자들은 정부가 기존의 주거 취약계층과 싸움을 붙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면서 “보증기관이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놓고, 은행은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으면서도 개인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사기 사건을 국민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느냐고 비난 하는데 그게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고 정부와 공공의 책임이 명확하게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은영 소장 역시 정부, 국회 모두 뒤늦은 문제인식에 더해 전정권 탓을 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최은영 소장은 “시민사회는 주택 경기 하강 국면에서 깡통전세 문제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난해 초부터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출범 초기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없다고 오판했고, 지금은 이런 사태의 원인을 전세사기로 좁혀 진단하고 범죄 집단으로 처벌하겠다고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소장은 “전세사기 뿐만 아니라 깡통전세 위험이 큰 주택 현황을 정확히 조사하고 주택 유형, 지역과 상관없이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의 일환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만들어진 전세반환보증보험이 만들어졌고, 문재인 정권도 이 문제를 막지 않고 방치해 가계부채가 각 200조씩 400조에 가까운 규모로 늘어나게 한 점이 근본적인 원인인데 정쟁하면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