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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식지않는 주택건설 붐…목재 가격, 올겨울도 고공행진

방성훈 기자I 2021.12.20 12:08:31

1월물 1000보드피트당 1089.1달러…한달만에 2배
저금리 기조에 내년에도 신규 주택건설 지속 전망
겨울철 재고 수요↑…제재소, 주문 늦추려 가격인상
브리티시 콜럼비아 홍수 따른 공급 차질도 영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겨울철을 맞이해 미국 목재 가격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 하에 주택건설 붐이 지속되면서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어서다. 아울러 제재소가 밀집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州)에 홍수가 발생하며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월 인도분 목재 선물 가격은 지난 17일 1000보드피트(1보드피트=넓이 1제곱피트에 두께 1인치)당 1089.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한 달 전인 11월 중순 대비 약 2배 가격이다.

현물 목재 가격도 상승했다. 가격서비스 제공업체 랜덤랭스에 따르면 현장 판매 가격을 추적하는 프레이밍 종합지수가 지난 10월 이후 65% 급등한 915달러를 기록했다.

가격 상승폭은 매우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목재 가격이 지난 한 주 동안 129달러 상승폭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5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 124달러 상승폭을 웃도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목재 가격은 지난 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 이후 재택근무발(發) 주택 건설 붐과 리모델링 수요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까지 폭등세를 보였다. 올해 7월 인도분 목재 선물 가격은 지난 5월 초 1711.2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급락세로 돌아서 400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졌으나 지난 달부터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인플레이션 관련 논쟁에서 목재 가격은 자주 언급됐다.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근거로 목재 가격이 고점 대비 폭락한 것을 예시한 바 있다.

목재 가격은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상승세를 보인다. 건축업자들이 이듬 해 봄 날씨가 따뜻해진 뒤 주택 건설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두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사뭇 상황이 다르다. 지난 해에는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 구매 수요가 폭증하며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도심에서 벗어나 교외지역을 찾는 수요 증가세가 겹쳐 주택 건설 및 리모델링 붐이 일었다.

올해는 연준이 내년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상태다. 이는 현재 최저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이 내년엔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최근 목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우선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홍수가 발생해 도로와 철도가 유실돼 제재소들과 구매자들 간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부동산 시장 과열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관측되긴 하지만, 아직까진 모기지 이자율이 낮아 높은 목재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건축업자들은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이에 따라 미 부동산 시장에선 내년에도 주택 건설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 16일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1월 주택 건설 착공(계절조정 연간비율)은 총 167만 9000채로 집계됐다. 이는 10월보다 12% 증가한 것으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많다.

이와 관련, WSJ은 착공된 주택 수가 완공된 주택 수보다 많으며 1984년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택 건설업자 협회(NAHB)도 지난 15일 “건설업자 신뢰 지수가 가을 최고조에 비하면 약간 하락했지만 1985년 이후 가장 낙관적인 수치 중 하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랜덤랭스는 “목재 수요가 여전히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며, 제재소들이 밀려드는 주문을 늦추기 위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목재 가격 급등을 더욱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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